(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배우 故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가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나섰다. 그는 유족들의 아픔을 대신 전하며 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랐다.
지난 22일 KBS는 'KBS 뉴스9'를 통해 조미은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조씨는 먼저 아들을 잃은 슬픔에 대해 털어놓으며 비통한 심정을 표했다. 그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밤에 구둣발 소리가 나면 '얘가 촬영을 마치고 들어오는 건가' 하는 생각에 잠들 수도 없고 환청에 시달린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샀다.
조씨는 언론 앞에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에 대해서 "다른 유족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보다 슬픔이 깊은 유족들을 봤다"며 "그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지한이는 이름이라도 알려져 있으니 나라도 나서서 그분들의 지팡이가 되어 이 참사를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씨는 유족들이 서로 모이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몇 시에 갔는지, 어느 병원에 있었는지 제대로 과정을 아는 분이 부모조차 없다. 왜 나라에서 그런 과정들을 부모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 거냐"라고 말해 답답함을 드러냈다.
다른 유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조씨는 더 큰 슬픔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지한이의 사망 시간은 병원에서 얘기해 줬고 또 지한이는 휴대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이 금방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다른 유족들은 자식을 찾아 헤매느라 더 고통을 겪으셨더라"며 "그래서 이 슬픔이 나만의 슬픔이 아니구나, 그분들의 고통은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조씨는 정부가 내놓은 사과는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유가족들이 아무리 더듬어 생각해 봐도 사과를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29일이 참사일이었는데 적어도 30일, 31일에는 발 빠르게 사과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계종에서 이뤄진 사과는 저희에게 와닿지 않았다. 방송용 사과로 보였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또 국가배상 얘기가 돌고 있는 것에 대해 이소정 앵커가 조심스레 묻자, 조씨는 "국가배상…얼마면 될까요"라며 말을 잇기조차 힘들어했다. 그는 원통한 울음을 터뜨리며 "10조를 받아도 '그것이 국가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거 줄 테니 위안 삼아 진상 규명 그만 외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이냐. 그런 뇌물이면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씨는 다만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유족들을 모아놓고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를 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정사진도, 위패도 없는 곳에다 국화꽃을 헌화하며 애도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제대로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서로 위로하고 충분히 울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22일 "현재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참사 후속 조치와 관련해 "국가가 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다할 것이나 경찰 수사 결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