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적금을 가입하면 만기를 채우고 못하고 중도 해지를 해버리기 일쑤다. 몇 달 전부턴 통장에 매월 돈을 나눠 담고, 신용카드는 리볼빙(일정액 이상 결제 시 잔여대금 상환이 자동연장 되는 방식)으로 설정해 뒀다. 주로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연금저축펀드도 가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돈은 새 나가며, 대출 원금도 줄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통장 잔액이 큰 것도 아니다. 어디서부터 개선해야 할지 A씨는 막막하다.
29세 A씨의 월 소득(세후)은 250만원이다. 별도로 연간 기타소득으로 400만~500만원이 수중에 들어온다. 복지포인트(연 120만원)도 있다. 지출은 파악되는 금액만 265만~285만원이다. 연금(35만원), 부채통장(50만원), 비상금통장(50만원), 저축통장(50만원), 리볼빙(80만~100만원) 등 합산액이다. 나머지 기타비용은 용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 부채·비상금·저축통장에 월 50만원씩 넣고 있으나, 구분 없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있어 잔액은 바닥난 상황이다.
금융자산은 입출금통장(135만원), 연금저축펀드(210만원)를 합쳐 345만원이다. 부채로는 신용대출(금리 8.5%·상환기간 10년) 잔액 1930만원과 신용카드 잔액 350만원이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선 인터넷 쇼핑, 모임비용 등이 A씨의 지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어머니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해당 금액을 A씨 통장으로 이체해주는 탓에 별 생각 없이 써버리는 행태도 꼬집었다. 근본적으로는 돈을 모으겠다는 어렴풋한 구상만 있을 뿐 ‘얼마를, 언제까지, 어떻게’ 만들겠단 계획도 부재하다는 게 금감원의 진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 부족으로 곤란해지면 돈이 필요 이상으로 중요해지고 자신감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함에 따라 삶 전반이 그늘질 수 있다”며 “재무목표와 효율적인 지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조언했다.
A씨 역시 돈을 모으고, 사용할 목적과 계획 없이 벌고 쓰는 행위를 반복만 하다보니 의지 자체가 꺾인 상황이다.
당장 스스로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인식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도출해내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판단이다. 그래야 충동소비를 절제할 수 있고 종잣돈, 부채상환, 결혼자금 등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돈’을 하루빨리 마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통장 나누기’는 소비통제의 기초 작업이다. 문제는 A씨가 통장 구분만 해둔 채 필요금액, 사용내역을 명확히 살피지 않아 오히려 소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지출 역시 월 단위에서 고정비, 변동비 등으로 나누지 않았고 별도 연간비정기 지출 항목도 설정하지 않아 통제가 어려웠다.
금융상품 관리도 중요하다. 남에게 좋다고 자신에게 적합하진 않다. 우선 A씨가 택한 ‘리볼빙 서비스’는 공짜가 아닌 고금리 대출이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결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선택지를 골랐지만 장기적으론 갚을 돈이 늘어나고 15% 이상 수수료 부담도 커진다”며 “신용점수 및 등급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대출 납입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한 것도 실책이라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눈앞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데, 이 기간 총 이자를 따져보면 원금 절반에 가까운 975만원 수준"이라며 "연금저축 역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선택이긴 하지만, 돈이 장기간 묶인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채 상환에 있어서도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 실행방법을 수립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가령 ‘2년 내 상환’이라는 설정했다면 우선 12월 성과급(150만원)과 입출금통장에서 110만원을 인출해 신용카드 잔액 중 본인 부담인 260만원을 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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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