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전방 십자인대 파열은 스포츠 활동 중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로, 한해 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질환으로 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일부 업체가 수술에 사용되는 아킬레스건을 쪼개 반쪽만 이식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사람이 불안에 빠졌다.
16일 JTBC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공단에 '무허가 아킬레스건'이 유통된다는 제보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끊어진 전방 십자인대 수술을 할 때는 보통 다른 사람이 기증한 아킬레스건을 이식해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아킬레스건의 일부를 잘라서 십자인대 역할을 대신하게끔 하는 건데, 국내에는 기증자가 적어 대부분 허가받은 인체조직은행이 미국에서 수입을 한다.
수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에 건강보험공단은 즉시 수사를 의뢰, 서울경찰청은 현재 인체조직법 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인체조직은행 10여 곳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지 않고 반으로 자른 아킬레스건을 국내에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두 개로 쪼개진 얇은 아킬레스건이 온전한 인체조직처럼 병원에 유통돼 환자 몸에 이식돼온 것이다. 하지만 반쪽 아킬레스건은 굵기나 강도가 충분한지 검증되지 않아 제 역할을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지금까지 반쪽만 이식받은 환자가 수천 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파악했다. 기증받은 아킬레스건을 이식하면 수술비 일부를 건강보험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데, 건보공단 보험료 지급 내역으로 파악된 것만 7년간 2000여 건에 달한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수사가 더 진행되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의 인체조직 수입실적과 금액을 확인해 가격이 싼 것을 반쪽 제품으로 추정했을 때, 지난 10년간 수입된 반쪽 아킬레스건은 7600여 개로 파악됐다. 하지만 반쪽 아킬레스건을 유통한 업체들은 대부분 '문제가 될 게 없다'며,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연필을 수입한다고 해서 연필이 몽당연필인지 아닌지 상관없지 않냐"는 황당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의 체격이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정교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삼성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왕준호 교수는 "반쪽 아킬레스건 이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 많이 놀랐다. 반쪽만 썼을 때 충분한 두께의 인대가 나올 수 있는지 불확실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 두께가 8㎜ 미만인 경우에는 재파열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너도나도 수술을 받았다며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거 보니까 괜히 수술받은 무릎이 괜히 시큰해진다. 기분 나쁘다", "나 수술받았던 거 얼마 전에 또 파열됐는데 너무 의심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안에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