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준성 황두현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15일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망인에게 '사랑해요' 등 메시지를 보낸 건 이성간의 표현이 아니라 존경의 표시로 사무실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돼 왔다"고 판시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0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한 텔레그램 메시지 일부를 공개하며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강씨의 법률 대리를 맡아오던 정 변호사는 지난 1월 유족의 뜻에 따라 사임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참고인의 진술 등이 구체적이고 특별한 허위 진술의 동기가 없다"면서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으로 인정한 △'향기가 좋다' '집에 갈까. 혼자 있냐'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 △자신의 셀카를 보낸 것 △자신의 집무실에서 A씨의 손톱을 만진 것 3가지 모두 사실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는 각 행위에 대해 거부 의사나 불쾌감을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피해자가 묵인한 건 비서의 업무 특성상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안 상하게 하며 불편함을 모면하려는 노력"이라며 "이런 행위는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간 행해져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로서는 직장 유지 목적과 공무원으로서 임무 수행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한 소명의식과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측면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일반적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씨 측은 또 박 전 시장의 성비위 의혹이 그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돼 인권위의 직권조사 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권위는 형사절차상 한계를 보충 보완해 구제조치를 할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권위가 제도 개선을 위해 서울시를 상대로 한 성희롱 인정 결정은 인권위의 권한 범위 안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강씨의 대리인인 이종일 변호사는 선고가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고 많이 당황스럽다"면서 "판단 이유를 동의하기 어렵고 유족 측과 잘 상의해 1심 판결 중 어떤 점이 부당한지 잘 밝혀보겠다"며 항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월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직권조사한 결과 박 전 시장의 일부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인권위는 △피해자 A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행위 발생 당시 A씨에게서 이를 들었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 진술 △A씨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고려해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