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 욕하면 안 되는 현실적인 이유, 500만원이...

입력 2022.11.14 14:00수정 2022.11.14 15:20
게임 중 욕하면 안 되는 현실적인 이유, 500만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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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온라인 게임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욕설을 했다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중 하나인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러 게임에 진 뒤 욕설을 유도하고 한번에 수백명을 고소하는 전문 고소꾼도 생겨나 정확한 기준이 적시되는 등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고등학생 A군은 5대5 팀으로 다투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하던 중 팀원과 시비가 붙어 욕을 했다.

'XX이 남자친구'라는 닉네임을 쓰는 같은 팀원이 상대방에게 공격을 하지 않거나 일부러 게임을 망치는 행위를 해 화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뒤 A군은 'XX이 남자친구'로부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A군은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고, 자녀를 '성범죄자'로 만들 수 없었던 A군 부모는 'XX이 남자친구' 유저에게 500만원의 합의금을 송금해야만 했다.

직장인 B씨 역시 최근 경찰로부터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고소됐으니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5대5 팀전으로 상대방 진영을 함락시키는 게임 '오버워치'를 즐겼던 B씨도 일부러 게임을 망치는 같은 팀원 닉네임 'XX공주'에게 성적 욕설을 했다가 고소당했다.

B씨는 경찰 조사 직후 곧장 합의금을 송금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이 '성폭력특별법' 하에 있는 죄목인 만큼 회사나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통매음' 범죄는 전화나 우편, 컴퓨터 등 그밖에 온라인 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발언,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했을 때 성립한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온라인상의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성적인 욕설을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통매음'으로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 발생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광주경찰청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64건(광주 34건, 전남 30건) △2020년 93건(광주 35건, 전남 58건) △2021년 258건(광주 114건, 전남 144건) △2022년 10월까지 461건(광주 231건, 전남 230건) 등 4년 새 7배 넘게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 다수가 일부러 화를 돋운 뒤 성적 욕설을 하게 만드는 일명 '기획 고소', '고소꾼'이라고 판단한다.

A군과 B씨 사례처럼 일부러 고소인이 'XX이 남자친구', 'XX공주' 등 여성과 관련한 닉네임을 지어놓고 게임을 망쳐 욕설을 유도하는 것이다.

과거 고소 내역을 보내오며 합의금을 요구해오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고소 의도를 가지고 접근해왔을 가능성도 크다.

수사기관을 찾아 한꺼번에 100여명을 고소한 사례도 있었고 단발성인 경우 500만원, 반복적인 경우 1000만원 등 합의금 기준도 자체적으로 정해놓기도 한다.

수사기관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고소인 1명이 여러명을 통매음 혐의로 고소한 경우 일일이 피의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업무 누적이 생긴다.

또 게임상에서 이뤄지는 욕설에 대해서 각 기관 및 관서별로 처리 기준이 다르다는 문제점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게임상에서의 욕설을 단순한 모욕으로 볼지, 성범죄의 일환인 '통매음' 혐의로 볼지 수사관 등 개인의 시각이 반영되게 된다"며 "판단 간의 차이를 줄여나가기 위해 보다 유형화되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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