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사치스러운 일상을 자랑하며 280만 팔로워를 모았던 인스타 셀럽이 미국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온라인 사기, 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2020년 체포됐던 나이지리아 출신 라몬 아바스(40)가 연방법원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법원은 사기 피해자 두 명에게 약 173만달러(약 24억원)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수백만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레이 허시퍼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라몬 아바스는 전용기와 여러 대의 고급 차량 등을 소유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했던 인플루언서였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돈다발을 뿌리는 영상을 올리며 부를 자랑했고, 자신을 부동산 개발업자로 지칭했다.
아바스는 "모나코에서 초밥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 파리의 디올 스파에 가기 위해 헬리콥터를 예약했고, 구찌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고 말하며 많은 팔로워들의 부러움을 샀다. 또, 벤틀리, 페라리, 롤스로이스 등의 고급 차량들을 뽐내며 국제 스포츠스타, 셀럽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가 온라인 해킹으로 2400만달러(약 33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그는 로펌, 외국 은행, 무명의 영국 프로 축구 클럽 등을 타겟으로 거대한 사기행각을 벌였다.
아바스는 은행 이메일주소를 도용했으며 가짜 웹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들을 속였다. 아바스의 범행 중에는 북한 해커 일당의 돈세탁을 도운 사례도 있다. 북한 해커들은 몰타은행에서 훔친 1300만유로(약 180억원)를 세탁하는 데에 아바스 일당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스는 결국 2020년 6월 그의 아파트를 급습한 아랍에미리트 수사관에게 체포돼 FBI에 인계됐고, 당시 그의 체포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해졌지만 그의 SNS에 남은 행적은 FBI의 수사에 큰 도움을 줬다. 그의 계정에 등록된 이메일 주소와 휴대전화번호는 공범과의 금융 거래를 알아내는 데에 결정적인 정보가 됐으며, 그가 자신의 생일에 자랑했던 펜디 로고가 새겨진 생일 케이크에는 생년월일 정보가 적혀있어 수사에 단서를 제공해줬다.
아바스 체포 후 두바이 경찰은 현장 수사관들이 약 4100만달러(약 560억원)와, 680만달러(약 93억원) 상당의 고급 승용차 13대, 200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정보가 기록된 휴대전화, 컴퓨터 증거 등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아바스는 지난해 4월 일부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며, 지난 9월에는 판사에게 잘못을 뉘우친다는 반성문도 제출했다. 그는 구금된 2년 동안 과거를 돌아볼 충분한 시간을 가졌고 모든 것을 망치게 한 자신의 욕심을 후회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