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쿵!'
지난달 26일 오전 11시59분,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아파트.
아파트 건물에서 갑자기 떨어진 20㎏ 감박스가 단지 내에 주차된 고급 세단을 덮쳤다. 박스가 떨어진 제네시스 G80의 앞유리 보닛과 펜더가 찌그러졌다. 터진 감의 파편이 주변으로 튀었다.
다행히 행인은 없었다. 잠시 뒤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 주민들이 황급히 관리사무실에 모였다.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감벼락이야! 밖에 봤어요?"
7일 오후 해당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전히 관리사무소에 모여 열흘 전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주민 A씨(50대·여)는 "사람이 맞았으면 즉사했을 것"이라며 "입주민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감박스 묻지마 테러'라면서 그 쪽으로 다니길 무서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에 사는 아줌마들은 벌벌 떤다"며 "어떻게든 지나가야 하는 자리니까 빨리 범인을 잡아줘야 한다. 안 그러면 집 사람들 다 이사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사고가 난 지점은 한 동의 출입구 앞. 평소 쓰레기 수거 차량이 정차하는 지점으로 아파트 주차량이 많아 지하주차장이 혼잡스러운 날에는 주민들이 종종 차를 세우는 지점이다. 이곳 역시도 '주차라인'이 그려져 있어 명백히 주차구역이다.
바로 앞에는 동 출입구 앞이자 정문에서 단지 안으로 통하는 지름길 '쪽길'이 껴있다. 해당 동에 거주하지 않는 주민들도 나이가 많은 어른부터 어린이까지 자주 통행한다.
CCTV에 떨어지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카메라가 아파트를 정면으로 비추는 것이 아닌 옥상에 있는 것이라 어느 층에서 떨어졌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떨어진 감박스가 택배로 온 박스라는 점을 토대로 몇 층 소유였는지 추측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복도식 아파트 특성상 다른 집의 택배상자를 훔쳐 던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묻지마 던지기 테러(폭력)'가 처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주민 B씨(27)는 "이전에 같은 지점에서 자전거도 떨어지고 화분도 떨어진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관리사무소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게끔 멀리서라도 아파트 건물이 비추는 방향으로 CCTV 설치를 해야 할지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가장 곤란한 상황을 맞이한 건 차주 C씨(28)다.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차량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감의 파편들이 말라 비틀어져서 차량 곳곳에 묻어있다. 그는 "자차보험을 들어놓지 않았기에 전부 자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리비가 300만원 정도 나온다는데 잘못도 없이 생돈 300만원을 지출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털어놨다.
이어 "불법주차를 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원한 산 적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냐"며 "며칠째 차를 그대로 두느라 일하는 것도 너무 불편하다.
C씨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상황이다.
경찰은 아파트 옥상에서 촬영됐다는 CCTV 영상과 차량으로 떨어진 감박스를 확보해 범인을 찾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