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사고에 여성 사망자 더 많았던 이유, 알고 보니...

입력 2022.11.08 16:39수정 2022.11.09 09:42
이태원 압사 사고에 여성 사망자 더 많았던 이유, 알고 보니...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모습. (독자 제공)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156명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01명이 여성이었던 것에 대해 외신은 '신장 차이'가 여성들에게 더 큰 비극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17세 고등학생 김은서양과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이같은 사실에 주목했다.

은서양은 일부 남성들이 "멀어, 밀어"라고 말할 때 여성들은 "밀지 말아달라"고 반복해서 말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가슴을 압박받으면서 호흡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군중 난류'(밀집된 사람들의 움직임이 불규칙한 현상)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특히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를 맡고있는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5~10㎝의 키 차이가 흉부압박에 있어 큰 격차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은서양은 172㎝로 한국 여성의 평균보다 키가 큰 편이지만 "사람들이 팔꿈치로 밀고 양쪽에서 압박해왔을 때 가슴이 눌려 숨이 콱 막혔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증언했다.

물리학자 더크 헬빙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전산사회과학 교수도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여성과 청년층의 사망 비율은 충격적"이라며 "과거에는 성별이나 연령별로 피해자를 구분해본 적이 없지만 이번 참사는 성별·연령에 따라 취약성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아울러 순천향대 응급학과 김호중 교수도 지난 1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키가 작은 분들이 불리한 상황이냐"는 물음에 "자기보다 10~20㎝ 큰 사람들이 앞뒤로 다 막고 있다고 한다면 야외라고 하더라도 답답함을 심각하게 호소했을 거라 생각한다"며 "아마 '지옥철'이라고 하는 양상의 2배 이상은 됐을 거다. 그리고 지하철은 미리 내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태원의 경우에는 밀려서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서도 실신할 수 있었다고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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