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해인 김성식 기자 =
"가슴을 깊게 제대로 눌러야 합니다"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담당하는 정경진 소방관이 기자와 현장을 찾은 교육생들에게 올바른 CPR 방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 소방관이 강조한 올바른 CPR 방법은 △심정지 4분 안에 환자에게 접근해 호흡 여부를 확인한 뒤 정확한 압박 위치를 찾고 △자신의 팔과 환자 몸을 직각으로 유지한 채 △최대한 힘껏 깊게 누르는 게 핵심이다.
◇ 올바른 CPR의 핵심은?…'4분 안에'·'직각'·'깊게'
이론 교육을 받고 CPR 실습 인형 '애니'를 만났다. 마주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누르는 위치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교관을 멍하니 보는 일부 교육생도 있었다.
정확한 압박 위치는 '쇄골 가운데 지점에서 명치까지의 부분을 2분의 1로 나눈 다음, 그 지점에서 다시 2분의 1 지점'이다. 개정 전 심폐소생술은 '양 젖꼭지 사이' 지점을 압박하는 방식이었지만 사람마다 젖꼭지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최근에 내용이 바뀌었다.
압박이 가장 어려웠다. 비록 인형이었지만 너무 세게 누르면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팔을 직각으로 유지한 채 '손뒤꿈치'로 애니의 가슴을 있는 힘껏 눌렀다. 하지만 "너무 약하다. 더 세게 눌러야 한다"는 소방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정 소방관은 '얼마나 깊게 눌러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는 교육생들의 말에 "CPR은 깊게 눌러서 문제되는 경우는 없다. 대신 약하게 눌러서는 문제가 된다"며 "무조건 깊고 세게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부터는 '반복'만 남았다. 환자가 눈을 뜨고 숨을 쉬는 등 소생 조짐이 있을 때까지, 또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해 교대할 때까지 1분당 100회 정도의 속도로 쉬지 않고 실시해야 한다.
교육생들은 30회씩 7세트, 총 210회의 가슴 압박을 실시했다. "직접 해보니까 어떠냐"는 정 소방관에 물음에 교육생들은 숨을 헐떡이며 "힘들다"고 했다.
교육 내내 교육생들은 결연했다. 낙오도 없었다. 이날 참여한 문슬기씨(30)는 "이태원 참사를 보고 수업을 듣게 됐다"며 "이제 눈앞에 응급 상황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 CPR 교육받고 싶다면?…서울 25개 소방서와 안전체험관 프로그램 운영
25개 소방서와 보라매·광나루 안전체험관은 CPR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체험관은 상설 교육기관이며 온라인 예약을 통해 교육을 수강할 수 있다. 오프라인 교육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음 주부터 온라인 교육도 진행한다.
정 소방관은 "이태원 참사 전에는 재난 체험 문의가 대부분이었는데 참사 이후엔 CPR 등 응급처치 교육 문의가 급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현장 수업 인원은 제한이 있어 다음주 월요일부터 원격 프로그램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도 진행한다"며 "줌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수강생의 자세를 보며 피드백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 소방은 집에서도 누구나 올바른 CPR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베개를 활용한 교육법도 개발했다.
정 소방관은 "더 많은 시민들이 CPR을 제대로 익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여러분이 행동해주셔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