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 사고 광부들 무사 생환 '기적'… 어떻게 버텼나 보니

입력 2022.11.05 06:58수정 2022.11.05 07:50
221시간 만에 걸어 나와, 커피 믹스와 물 마시며 견뎌
봉화 광산 사고 광부들 무사 생환 '기적'… 어떻게 버텼나 보니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 열흘째인 지난 4일 오후 11시께 구조 당국은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했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봉화 광산 사고 광부들 무사 생환 '기적'… 어떻게 버텼나 보니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 광부 2명 모두가 사고 열흘째이자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생환했다.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봉화=김장욱 기자】 '기적이 일어났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밤 무사히 생환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째인 221시간 만이다.

광부 2명은 119 소방당국에 의해 안동병원으로 옮겨졌고,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구조 당국이 갱도 내 막혀 있던 최종 진입로를 확보하면서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구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3분께 고립됐던 작업반장 박씨(62)와 보조 작업자 박씨(56)가 갱도 밖으로 걸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케이블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제2 수직갱도 구조 경로를 통해 걸어서 지상으로 이동했다.

구조 당국은 "발견 당시 이들은 폐갱도 내에서 바람을 막기 위해 주위에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구조 지점은 이들이 사고 당시 작업을 했던 곳 인근이었다.

2명은 갱도에 갇힌 후 2~3일 동안 탈출하기 위해 갱도 안을 돌아다녔지만 출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그곳 지형을 잘 알고 있던 작업반장이 근처에 있던 비닐과 마른 나무 등을 모아 사다리를 타고 70도 아래 지점으로 내려갔다.

여기서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는 나무막대로 막사 모양을 만든 뒤 비닐을 둘러 추위를 막았다. 또 비닐 막사 안에서 마른 나무로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작업할 때 가져간 커피 믹스를 조금씩 먹으며 허기를 달래다 이후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시며 장장 열흘을 버텨냈다.

고립된 광부 2명 중 60대인 작업반장은 겁에 질린 50대 보조 작업자를 안심시키며 구조대를 기다렸고, 발파소리를 듣자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고립 열흘째인 이날 오후 체념 상태에 빠졌고, 포기하려는 순간 극적으로 구조대를 만나 '봉화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구조 당시 소방구조 대원 1명과 광산 구조대 관계자 1명이 공동으로 수색에 참여했다,
2명은 부축을 받아 스스로 걸어 나온 뒤 구급차에는 구급 대원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구조된 두 광부의 건강 상태를 간단히 확인하고, 이불을 덮은 채 1분 간격으로 안동병원으로 이송했다.

작업반장 박씨의 아들 박근형씨(42)와 보조 작업자 조카(32)는 "두 분 모두 너무도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 갱도 밖으로 나오셨다. 기적이다"면서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건강 상태가 괜찮아서 너무 다행이다"라고 울멱였다.

구조 당국은 두 사람이 고립된 지점을 2곳으로 특정하고 그동안 생존 반응 확인과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어려운 갱도 상황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편 봉화 광산 매몰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경북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 갱도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수직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반장 박씨 등 2명이 제1 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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