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제주의 한 짬뽕 전문 가게에서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는 마음에 손님들에게 값을 받지 않았다.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노부부는 과거 대만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딸을 잃을 뻔한 기억이 있어 추모에 동참했다고 뉴스1에 밝혔다.
제주에 거주 중인 A씨는 지난 3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짬뽕집을 찾았다가 공짜 점심을 먹게 됐다는 글을 한 커뮤니티에 올렸다.
유튜버가 다녀간 뒤 유명해진 이 짬뽕집에 가기 위해 큰맘 먹고 동료 2명과 일찍 출발한 A씨는 10분가량 대기한 뒤 짬뽕을 맛볼 수 있었다.
이때 다른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동네 어르신을 비롯해 손님들이 값을 내지 않고 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A씨는 "대화 내용은 듣지 못해서 다른 분이 계산하시거나 월 결제를 하신 줄 알았는데, 다른 손님도 그냥 가시더라"라고 의아해했다.
이후 A씨 역시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는데 노부부 사장은 값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노부부는 "젊은이들 추모기간이라 돈을 안 받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 정도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일행들과 현금을 탈탈 털어 1만7000원을 정수기 옆 바구니에 넣고 나왔다. A씨는 "먹은 음식값은 총 2만3000원인데 6000원이나 덜 드리고 왔다. 나머지 금액은 다른 방법으로 갚겠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를 이끌어주시는 큰 원동력이자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커뮤니티(동아리)에 공유하는 게 전부다.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고로 오해하실 수 있겠지만, 광고 없어도 너무나도 바쁘고 하루 3~4시간만 장사하는 곳"이라며 누리꾼들의 의심을 사전 차단했다.
한편 뉴스1 취재 결과, 이 짬뽕집은 제주시 한림읍의 한 작은 동네에 위치한 곳으로 짬뽕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70대 사장 부부 아내 B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어제(3일) 하루만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무료 제공이라는 걸 적어 놓긴 좀 그래서 드시고 갈 때 손님들에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B씨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저도 지금 마흔 넘은 딸이 있는데, 예전에 (학생 때) 대만으로 보낸 적이 있다. 그때 대만에서 큰 지진이 났고,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데 그곳에 딸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딸과 연락이 닿았다가 끊어져서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가슴이 정말 저렸다"며 "원인이 어떻든 간에 젊은 애들이 목숨을 잃어서 가슴 아프고, 그때 제가 마음 졸인 게 생각나면서 부모들 마음에도 공감이 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B씨는 남편과 상의해 참사 사망자들을 애도하며 음식값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손님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B씨는 "손님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본인들도 동참하겠다고 현금을 놓고 가셨다"면서 "네 분이 식사하시고 5만원 내기도 하고, (음식값이) 얼마인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갖고 있는 현금을 두고 가셨다. 음료수도 사다주셨다"고 전했다.
영업 종료 후 모인 돈은 30만5000원이었다.
끝으로 B씨는 "제 딸도 여전히 밤에 불을 끄지 않고 잔다. 이번에 발생한 안타까운 참사로 많이들 가슴이 저리셨을 것"이라며 "애도에 동참해주신 손님분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