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집안 사정을 언급하며 음식의 양을 많이 달라는 손님의 요청사항에 사장이 마음을 다쳤다고 토로했다.
지난 25일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요청사항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집안 사정이 있어서 배가 많이 고프네요. 죄송합니다. 고기랑 밥 좀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라는 손님의 요청사항이 적혀 있었다.
최근 6개월 기준 글쓴이 A씨의 가게에 두 차례 주문한 손님은 리뷰(논평) 이벤트도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리뷰 이벤트'는 리뷰를 적는 대가로 가게에서 무상으로 음식이나 음료 등을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이 요청사항을 본 A씨는 "기분이 묘했다. 양치기 목동으로 봐야 할지, 진짜 현실의 무게가 손님을 힘들게 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갈등하던 A씨는 결국 정량대로 줬다. 그는 "사실 배가 고픈 힘든 상황이라면 라면과 즉석밥 몇 개로 배를 채우는 게 더 맞는 것 아니냐"며 "요즘같이 자영업자들도 진짜 어려운 시기에 리뷰 이벤트까지 신청해 받아 놓고 리뷰도 안 썼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진짜 힘든 사람일까 봐 마음 썼던 나 자신한테 화가 나려 한다"며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에 감정의 후폭풍이 온다. 영 씁쓸하다"고 했다. 동시에 "마음 같아서는 (손님) 찾아가 내 마음 다친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A씨는 "팽배한 이기심에 슬펐던 하루다. 손님들이 자영업자의 좋은 마음까지 망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연을 접한 다른 자영업자들은 "진짜 힘들면 배달 못 시키고, 저런 말 쉽게 못 한다"며 손님이 괘씸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세상의 수많은 양치기 속에서 진실은 찾기 힘들다", "이런 사람 때문에 어려운 사람 선뜻 도와주기 힘들다", "저러면 오히려 더 주기 싫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특히 한 자영업자는 비슷한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매장 앞 사는 손님이 발이 다쳐 걷질 못하는데 포장 주문하고 리뷰도 쓸 테니 배달해달라고 했다"며 "손님 없는 시간이라 배달해주고 리뷰 음식도 넣었는데, 리뷰도 안 쓰고 저녁에 걸어나오는 모습 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빨리 쾌차하시라고 손 편지도 쓴 제가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개업한 지 몇 달 안 돼서 너무 정성을 쏟았나 보다"라고 허탈해했다.
다른 자영업자는 "있는 돈, 없는 돈 싹싹 모아서 사장님네 음식 먹고 싶었다고 생각해라. 돈 없어도 라면 먹기 싫고, 자기 자신을 위해 정말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있지 않으냐. 두 번째 주문인 거 보니 정말 드시고 싶으신 거라고 좋게 생각하라"고 A씨를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