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갈이' 사기 대출로 25억 챙긴 업주, 4개월 만에..

입력 2022.10.24 10:32수정 2022.10.24 13:30
'번호판 갈이' 사기 대출로 25억 챙긴 업주, 4개월 만에..
일명 ‘번호판 갈이’ 수법으로 대출금을 가로챈 화물차량. (당진경찰서 제공)


(당진=뉴스1) 김낙희 기자 = 사고 차량을 멀쩡한 차로 둔갑시키거나 상습적으로 사기 대출을 일삼은 금융상품 판매대리점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24일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금융상품 판매대리점(캐피탈 5개사 대출 업무 위·수탁 약정)을 운영하던 A씨(46)는 지난 14일 차량구입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과 캐피탈을 속이고 대출금 25억7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6월 말 A씨가 잠적한 뒤 잇따르는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4개월간 추적 끝에 이날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 인근에서 낚시 중이던 A씨를 사기 혐의로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화물차량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중개하며 캐피탈에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이 승인되면 대출금이 판매대리점으로 지급되는 점을 악용해 중간에서 이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통사고나 화재로 폐차 직전인 차량을 저렴하게 사들여 동일 차종 사고 차량의 번호판만 붙여 대출받는 속칭 ‘번호판 갈이’ 수법으로 캐피탈로부터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캐피탈은 A씨가 보내온 차량의 사진만으로 대출을 승인하거나 실물 확인 없이 대출을 승인하면서 대출신청자들의 피해가 커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일례로 A씨는 폐차하려는 차량을 1600만원에 사들여 이를 담보로 1억7000만원까지 대출을 받는 등의 수법으로 캐피탈 5개사와 대출신청자 25명을 속이고 약 25억7000여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이렇게 가로챈 대출금을 대부분 다른 대출 계약자의 대출금으로 돌려막거나 휴대전화 게임 아이템 구매, 바다낚시 등 여가비용과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코로나로 생계가 힘들어지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수업에 막 뛰어든 사람들이거나 화물운수업에 종사해온 개인사업자들로 한 사람당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6000만원까지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차량을 이전받지 못하고 대출금도 받지 못했으나 캐피탈의 할부금 독촉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할부금을 내거나 소송을 진행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 기사를 모집해 A씨에게 차량구입자금 대출을 받도록 유인한 모집책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A씨에 대한 사건이 계속 접수되는 만큼 추가 피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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