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뇌종양 수술 중 색소폰 연주, 이유 알고 보니...

입력 2022.10.18 09:20수정 2022.10.18 15:59
9시간 뇌종양 수술 중 색소폰 연주, 이유 알고 보니...
9시간 동안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으며 색소폰을 연주한 30대 남성. (이탈리아 페이데이아 국제 병원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의 한 음악가가 9시간에 걸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는 도중 색소폰을 연주해 화제다.

뉴욕포스트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GZ(35)'라는 이니셜로 알려진 이탈리아 국적의 음악가는 뇌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로마에 있는 페이데이아 국제 병원을 방문했다.

종양은 뇌의 민감한 부분에 퍼져 있었고, 이런 상황 속 음악가인 GZ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음악적 능력이 유지될 수 있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의료진은 뇌 기능을 최대한 손상하지 않으면서 종양을 제거할 방법을 고민했다.

의료진은 결국 GZ에게 각성수술을 제안했다. 각성수술은 환자의 의식이 깬 상태에서 수술하며 특정 활동에 따른 뇌파 변화를 보는 방식이다.

두개골을 절개할 때는 마취하고, 이후 깨워서 수술하는 것이다. 뇌는 고통을 느끼는 통증 수용체가 없어 환자는 깨어나도 고통을 느낄 수 없다.

색소폰 연주는 각성 수술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각성 수술이 성공하기 위해선 수술 환자가 말하기, 기억하기, 숫자 세기, 타인과의 교감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색소폰 연주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한다. 어느 곡을 연주할지 설명하기, 악보를 기억해 연주하기, 박자를 속으로 헤아리기, 관객 반응 살피기 등이다.

GZ는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종양이 제거되는 동안 이탈리아 국가와 영화 ‘러브 스토리’의 주제곡 등을 반복해서 연주했다.

의료진은 9시간의 걸친 대수술 끝에 GZ의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크리스티안 브로냐 박사는 "수술 중 GZ의 색소폰 연주는 수술에 필요한 '뇌 기능 지도화 과정'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줘 의료진에게도 매우 유용했다"고 밝혔다.

GZ는 수술 후 별다른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냐 박사는 “수술이 9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GZ는 색소폰 연주를 통해 두려워하기보단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