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A씨(23)는 전날 사고 당시 높이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각형의 통 형태인 이 기계는 A씨의 전신이 빠질 정도로 깊지 않은데 A씨는 상반신이 배합기 내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현장에는 A씨를 포함한 다른 직원 1명이 더 있었으나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현장을 비추는 CCTV도 없었던 탓에 경찰은 현장 상황과 A씨 동료, 업체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기계에 끼이게 된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경찰은 A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더불어 사고가 난 업체 측의 안전수칙 위반 여부 등도 살피고 있다"며 "위반 사항이 드러날 시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SPC 계열 SPL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중지를 명령한 뒤 사업장 측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A씨는 SPL 그룹의 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2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인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는 어머니와 고등학생 남동생과 지내며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소녀 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지난 20년 동안 천안시 한 상가의 작은 옥탑방에 거주했다. A씨 아버지는 오랜 기간 무직으로 지냈고 어머니는 옥탑방이 자리 잡은 상가의 인쇄소에서 일하며 살림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제빵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가 집을 떠나면서 사실상 A씨 월급이 생계유지 수단이 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여의치 않은 생활 형편에도 성실히 근무하며 지내오던 중 돌연 사고를 당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해당 사고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전날 발생한 불의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며 "형편이 어려운 분들의 짐을 짊어진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일어난 사고에 대해 한번씩 더 들여다보고 살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오는 17일 오전 11시 SPL 평택공장 앞에서 해당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 15일 아침 6시 20분께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A씨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몸이 껴 숨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