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모 생신에 일가족 5명 참변, 유일한 생존자는...

입력 2022.10.11 04:15수정 2022.10.11 16:47
80대 노모 생신에 일가족 5명 참변, 유일한 생존자는...
그을린 연통. 출처=전북 무주경찰서

[파이낸셜뉴스] 80대 어머니 생일을 맞아 시골집에 모였던 일가족 5명이 숨진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과 소방당국이 '일산화탄소 중독'을 잠정 사망 원인으로 결론지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일가족 6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큰딸은 집 안에 가스가 퍼질 당시 화장실로 몸을 피해 목숨을 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 무주경찰서는 10일 "무주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1차 간이 검사 결과 사망자 혈액에서 모두 일산화탄소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현재까지 가스 누출로 인한 일산화탄소(CO) 중독을 사망 원인으로 보고 있고, 범죄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전날 1차 현장 감식을 마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부터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와 무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55분쯤 전북 무주군 무풍면 주택에서 집주인 80대 A씨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는 A씨 큰사위(64)를 비롯해 큰손녀(33), 작은딸(42·추정), 작은사위(49)다. A씨의 큰딸 B씨(57)는 구조 당시 의식이 없었다.

현재 전북 익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씨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집 안에 쓰러져 있는 일가족을 발견했다.

현재 치료중인 B씨는 거실에 있는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스 누출 당시) B씨가 뭔가 이상 징후를 느끼고 화장실로 기어들어 가다 의식을 잃은 것 같다"며 "일산화탄소가 거실과 방 쪽으로 스며들어 집 안 전체가 가스 냄새가 심하게 진동해 소방대원들도 산소마스크를 쓰고 집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전후로 날이 갑자기 추워져 A씨 가족이 보일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 8일 무주 최저 기온은 7.8도, 9일은 10.5도였다. 더구나 A씨 집이 있는 무주 무풍면은 해발 고도 370m로 무주읍보다 170m 더 높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름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 이음 부위에 문제가 생겼고 가스가 집 안으로 누출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름보일러는 A씨 집 실내 바닥에 설치돼 있고, 보일러 본체와 연통 연결부 등엔 검은 재가 쌓여 있었다. 소방당국은 가스가 누출되면서 연통 안 재가 일부 외부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일선 공직자들에 "겨울철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챙기는 데 보다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북 무주에서 일가족 5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로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는 재난이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에게 얼마나 냉혹한지 알고 있다"며 "취약시설의 안전 점검에 대한 제도화뿐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체계적인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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