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3.5초' 기아 EV6 GT 타보니 빗나간 예상 "일반 EV6 보다.."

입력 2022.10.08 09:00수정 2022.10.08 13:24
최고출력 585마력 발휘
지금까지 공개된 국산차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 갖춰
'제로백 3.5초' 기아 EV6 GT 타보니 빗나간 예상 "일반 EV6 보다.."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6 GT의 전면 모습. 사진=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아의 첫 고성능 전기차, 지금까지 출시된 국산차 중에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EV6 GT를 지난 5일 충남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시승해봤다. EV6 GT는 EV6를 기반으로 만든 고성능 전기차다. EV6와 EV6 GT의 외관 디자인은 매우 흡사하다. 이 때문에 기존 EV6와 과연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코스를 주행해보면서 이 같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제로백 3.5초' 기아 EV6 GT 타보니 빗나간 예상 "일반 EV6 보다.."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6 GT의 후면 모습. 사진=최종근 기자

외관은 EV6와 EV6 GT 차이가 크지 않다. 굳이 찾아보면 EV6 GT에는 네온 색상의 캘리퍼가 들어가고, 21인치 휠과 미쉐린 타이어가 장착되는 정도다. 또 범퍼 디자인이 다소 다르다. 다만 내부는 차이가 일부 있다.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가 들어갔고, D컷 스티어링 휠과 GT 버튼이 추가됐다.

차량에 탑승해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해봤다. 우선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벗어나 태안 일대 일반 도로를 달렸다. 주행 승차감이 예상보다 더 안락했다. 고성능차라는 인식 탓에 일반 도로에선 승차감이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EV6 GT는 전륜 서스펜션을 맥퍼슨 멀티링크로 바꿨고, 전자 제어 서스펜션이 들어가 있어 오히려 일반 EV6 보다 더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제로백 3.5초' 기아 EV6 GT 타보니 빗나간 예상 "일반 EV6 보다.."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6 GT에는 고성능 타이어와 네온 색상의 캘리퍼가 탑재됐다. 사진=최종근 기자

배터리 탓에 차체 무게가 2t이 넘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발생하는 불쾌감도 느낄 수 없었다. 또 고성능 모델이라 방음에 더 신경을 쓴 탓인지 일반 모델보다 EV6 GT가 오히려 더 조용했다. 이 때문에 EV6 GT는 슈퍼카 수준의 성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타기에도 좋아 보였다.

다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EV6 GT를 운전했다. EV6 GT는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75.5kgf·m의 성능을 낸다. EV6의 제원상 최고 속도는 260㎞다. EV6 GT는 기본적으로 '에코', '노멀', '스포츠', 'GT' 등 4가지 모드가 있는데 GT 모드에서 최고속도가 나온다. 지금까지 출시된 국산 자동차 가운데선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셈이다.

'제로백 3.5초' 기아 EV6 GT 타보니 빗나간 예상 "일반 EV6 보다.."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6 GT의 실내 모습. 사진=최종근 기자

기아가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제로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5초에 불과하다. 실제 이날 제로백 테스를 해볼 수 있었는데 GT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더니 계측기에 3.8초대가 찍혀 있었다. 작년 기아가 람보르기니,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내연기관 슈퍼카를 EV6 GT가 앞서나가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는데, 과장된 영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른 노면 서킷에서는 에코, 노멀, 스포츠, GT 등 다양한 모드로 주행을 해봤다. 이전에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개관식 당시 벨로스터 N, 아반떼 N 등을 시승해봤는데,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N 모델과 비교해 훨씬 더 강력한 성능을 보여줬다.

'제로백 3.5초' 기아 EV6 GT 타보니 빗나간 예상 "일반 EV6 보다.."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6 GT 모습. 사진=최종근 기자

에코를 선택해도 꽤 준수한 성능을 내지만, 단계가 올라갈수록 가속 페달이 민감해지고,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발휘했다. 코너에 맞춰 브레이킹을 하고, 다시 가속 페달을 밟고를 반복해도 몸을 잡아주는 버킷 시트 덕분에 안정적으로 주행이 가능했다. 특히 전비 향상을 위해 마련된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기능이 일반 도로에선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오히려 서킷에서는 엔진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해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코너를 주파하는 데 유리했다.

이번엔 드리프트 체험을 해봤다. EV6 GT에는 드리프트 모드가 존재한다. 드리프트 모드는 선회 시 후륜 모터에 최대 구동력을 배분해 오버스티어를 유도한다. 선회 탈출 시에는 전륜에 구동력을 배분해 후륜에만 구동력을 배분했을 때보다 더욱 빠르게 곡선 구간을 벗어날 수 있다.

'제로백 3.5초' 기아 EV6 GT 타보니 빗나간 예상 "일반 EV6 보다.."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6 GT가 드리프트 주행을 하고 있다. 사진=최종근 기자

길이 4.6㎞, 뱅크각 38.87도에 이르는 고속주회로에서는 EV6 GT를 극한의 속도까지 몰아볼 수 있었다. 시속 200㎞ 이상을 도달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고, 밟는 만큼 가속이 가능했다. 시속 230㎞대의 속도에서도 안정성이 꽤 준수했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차량에도 동승할 수 있었는데 시속 260㎞에 육박하는 속도에서도 차량 거동에 큰 문제가 없었다.

'제로백 3.5초' 기아 EV6 GT 타보니 빗나간 예상 "일반 EV6 보다.."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6 GT가 고속주회로 코스에서 빠른 속도로 주행하고 있다. 사진=최종근 기자

아쉬운 점은 배터리 성능이다. 80% 충전된 EV6 GT를 3시간 가량 시승했는데, 마지막에 남은 배터리 잔량은 8% 수준이었다. 인증 받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42㎞지만 전기차 특성상 고속으로 오랜 시간 주행하거나, 급가속을 반복하게 되면 전력 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다른 고성능 전기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격은 일반 모델보다 다소 인상됐지만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600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전기차나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EV6 GT가 압도적인 성능을 갖추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합리적인 가격의 고성능차를 고른다면 EV6 GT가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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