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재산' 서울 성북구 아파트, 반값에 팔렸다

입력 2022.10.08 05:00수정 2022.10.08 11:24
'국유재산' 서울 성북구 아파트 13채
감정평가액 95억원인데 54억원 '헐값'에 매각
이수진 "국유재산 관리·처분 구멍 뚫렸는데도
尹정부, 민간개발 활성화 명목으로 규제 완화"
'나라 재산' 서울 성북구 아파트, 반값에 팔렸다
10월 6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파이낸셜뉴스] 국유재산이었던 서울 성북구 아파트 13채가 감정평가액의 60%도 받지 못하고 2014년 한 개인에게 '헐값'에 매각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윤석열 정부가 5년간 16조원에 달하는 국유재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유재산 처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에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유재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 국회의 통제를 주장하는 야당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나라재산' 서울시내 아파트 13채, 감정평가액 57%에 '헐값 매각'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였던 2014년 9월 서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근처 한 아파트 13채가 감정평가액보다 40억원 이상 낮은 54억 13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51평~60평(전용면적 178.85~198.81㎡)대 중대형 아파트로, 국유재산을 위탁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평가한 결과 13채의 감정평가액은 총 94억 8900만원이었다. 감정평가액의 57%에 불과한 금액으로 캠코 온비드(On-Line Bidding) 공매를 통해 매각된 것이다.

전용면적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13채가 '4억 1638만원'이라는 같은 가격에 한 개인에게 일괄 매각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13채 중 51평형이 7개, 60평형이 1개 등 면적과 층수가 달랐지만 모두 4억 1638만원에 팔렸다. 당시 해당 지역 34평(전용면적 111.86㎡)이 5억원 중반, 26평 아파트가 4억원 초반에 매각된 것과 비교해봐도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이다.

'나라 재산' 서울 성북구 아파트, 반값에 팔렸다
출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수진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13채는 2014년 5월 상속세 명목의 국세물납으로 국유재산이 됐다. 상속세로 받은 아파트를 감정평가액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에 팔았고, 결과적으로 아파트를 헐값에 매수한 개인만 이익을 봤다는 게 이 의원 측 주장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물건은 2020년 기준 전세가만 15억원으로, 당시 매각을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관리했을 경우 오히려 나라재산이 불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유재산이 제값보다 못 받고 팔리는 경우가 있었음에도, 감사원의 '국유재산 매각 등 처분 운용 실태'에서는 지적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입찰과정 등의 문제에 대한 감사를 피한 셈"이라며 "국유재산 관리·처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라 재산' 서울 성북구 아파트, 반값에 팔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경제·재정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유재산 16조원 판다는데.. "관리·처분 구멍" 지적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는 국유재산 개발에 민간 참여를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국유재산법 개정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다.

국유재산개발심의위원회 심의 없이도 일반재산을 민간참여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민간이 설립한 '국유지개발목적회사'에 정부가 일반재산을 대부해서 개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해당 회사에 국가 출자 규모를 30%에서 50%로 확대하고 일반재산 대부 기간을 최초 30년 이내에서 50년 이내로 완화했다.

민간이 국유재산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자는 차원이나, 과도한 규제 완화라는 게 이 의원측 주장이다.

정부는 국유재산 개별 물건 처분과 관련 국회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 또한 "과도한 행정권 통제"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수진 의원은 “기재부는 더 많은 국유재산을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관리와 통제 절차에 대해서는 수상할 정도로 폐쇄적”이라며, “국유재산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민의 재산임에도 마치 기재부의 재산인 마냥 국회 통제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더 많은 국유재산을 처분하고, 민간 개발을 확대하려면 그에 걸맞은 관리·통제 인력, 절차 강화와 함께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라며 국유재산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강조했다.

올해 국유재산 총액은 약 1337조 1000억원으로, 매각이 불가능한 행정재산이 약 1000조 5000억원, 매각 심사가 가능한 일반재산은 약 336조 6000억원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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