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초·중·고교에 근무하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88%는 영어 전공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이들이 관련 수업을 주도하는 사례도 나와 영어교육의 질 문제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교사 등을 선발하기 위한 엄격한 자격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4121명 중 12%인 515명만 영어를 전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어민 교사 전공과 무관하게 선발
학급별 분포로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64%가 초등학교에, 23%가 중학교, 8%가 고등학교에 각각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학교 수를 기준으로는 초등학교 10곳 중 4곳, 중학교 10곳 중 3곳, 고등학교 10곳 중 1곳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한 명씩 배치된 셈이다.
당초 영어보조교사 초청, 활용사업의 경우 시행 첫해인 1995년 당시 선발조건은 영어사용국가의 원어민 중 영어교육 전공자 또는 교사자격증 보유자였지만 27년여가 지난 지금은 전공과는 무관하게 선발되고 있으니 교사 채용 기준이 당초보다 후퇴했다는 게 민 의원실의 주장이다.
일부 지방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선 상당수에서 적용하고 있는 '원어민 보조교사 선발·지원사업(EPIK·English Program in Korea) 기준이 아닌, 자체 채용기준에 따르다보니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게 민 의원실의 판단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회과학 전공(19%)이 가장 많았고, 인문학(18%)·교육학(12%)·자연과학(9%)·경영학(7%)·영어 외 다른 언어(4%) 순이었다.
출신국가별로는 미국이 55%로 가장 많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16%)·영국(14%)·캐나다(8%)·호주, 아일랜드(2%)·뉴질랜드, 기타(1%)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포도 11명에 달했다.
'교육의 질' 논란 부를수도
특히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학교수업을 주도하는 사례도 나와 교육의 질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어 비전공자인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학생들의 영어학습을 책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초등교사는 학교에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역할을 묻자 "많은 학교에서 원어민이 수업을 하고, 전담교사가 보조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들이 교육 체계 등과 관련해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고, 대부분 학교당 1명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파견되는데 학생 한 명당 주어지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영어회화에 도움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자격은 대체로 학사학위 이상 학력 소지자를 자격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이지만, 원어민 교사 중 영어분야가 아닌 사회과학, 인문학, 자연과학 등이 주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원어민 영어보조교육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성과 점검을 통해 정책적, 실효적 효과를 추출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관련 제도의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문섭 한양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원어민 교사를 통해 학생들이 원어민을 접촉하고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며 "효과에 비해 불필요한 예산을 소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