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고액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검사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박영수 판사는 30일 선고공판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와 나모 검사, 김 전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한 내용과 통화기지국 신호 등 여러 가지 정황 증거를 비춰보았을 때 함께 동석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김모씨(전 청와대 행정관) 역시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해 동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모씨의 경우는 현재 남부지법에서 4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며 "자신의 항소심에 해당 범죄가 추가되면 양형에 불리한 자가 참석하지 않은 술자리를 참석했다 진술할 리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사실을 종합해 1회 향응 가액을 산정해 봤을 때 약 93만9167원이 나온다"며 "1회 100만원을 초과했을 시 부정청탁금지법에 해당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현직 검사들이 고급 룸살롱에서 초대형 금융사기 주범으로 지목된 사람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사건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술값 할인 가능성이 있다거나 이종필(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모씨(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술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는 술값이 기재된 영수증과 당사자들의 각 진술에 의해 명백히 탄핵된다"며 검찰 출신 이 변호사와 나 검사, 김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이 변호사와 나 검사는 무죄를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변호사는 최후진술에서 "술자리는 김 회장이 접대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저 후배들과의 친목자리였을 뿐"이라며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행정관이 합석한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나 검사 역시 "라임사건에 대해 검찰 측에선 정말 열심히 수사했고, 핵심 피의자를 검증하는 상황에서 제 행동으로 마땅한 평가를 받아야 할 후배들이 비난이 대상이 된 점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 검사 측 변호인은 "현직 검사로서 부적절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라임 술 접대 검사'라는 프레임과 오명은 견디기 힘들다"며 "적어도 이 법정에서라도 이후 피고인이 명예를 회복할 단초라도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나 검사와 이 변호사는 2019년 7월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업소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각 100만원 이상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 초과 금품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라임 관련 금융감독원 내부 문서를 누설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