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성폭행' 중학생, 촉법소년이라서 받은 처벌이..

입력 2022.09.29 06:54수정 2022.09.29 10:19
'동급생 성폭행' 중학생, 촉법소년이라서 받은 처벌이..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0월, 당시 중학교 1학년인 A양을 성폭행한 동급생 B군이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고, 가해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생활을 하며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A양 가족들은 28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B군이 지난 2월, 소년보호처분상 두 번째로 강력한 6개월 미만 소년원 송치인 ‘9호 처분’을 받았다”며 “이후 가해 학생은 마치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처럼 시내를 누비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B군은 범행 직후 옷을 세 번 갈아입으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A양 어머니는 “경찰관분도 ‘이거 참 악질이네, 정말 이걸 잘 아는 놈이네’라고 얘기하시더라”고 말했다.

B군은 결국 전학 처분을 받았다. A양의 가족들은 B군이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갈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학교폭력 위원들도 가해 학생이 A양이 거주하는 진주 시내 밖으로 전학을 가게 될 것이라고 피해자 가족 측에 통보를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B군은 진주 시내에 있는 또 다른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을 보면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가급적 5km 밖'으로 전학을 가야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 학생이 약 6km 정도 떨어진 학교로 배정된 것이다.

교육지원청 측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 전학이 한 학교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최근 6개월 내에 가해 학생을 받았던 학교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SBS에 설명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멀지 않은 학교로 배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B군과 B군의 친구들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 것은 A양이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A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도의 우울감, 들뜬 기분이 반복되는 정동장애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까지 받고 있으나, 가해 학생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양 여동생은 “(가해자가) 그냥 뭐 숨기는 것도 없고 자기 잘난 것처럼 (SNS에) 스토리도 올리고 자기가 평소 하는 대로 지내고 있다”며 “밖에서 뭐 ‘자기가 (소년원에서) 나왔다’ 소리 지르고 다니고, 친구들한테는 ‘그냥 어떤 애의 인생을 망쳤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폭력 예방법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어겨도 교육 당국이 취할 조치는 없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학교 폭력 신고를 다시 해서 그 아이가 그런 2차 피해 3차 피해가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A양 어머니는 “(신고) 할 때마다 똑같은 말을 해야 된다. 그러면 잊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이건 끄집어내는 거밖에 안 되는 거다”라며 “가해자가 우리 아이한테 하는 2차 3차 그 피해보다 이게 더 2차 3차 피해”라고 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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