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MBC가 '윤석열 대통령이 비속어를 써서 미국 의회를 비판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 30분 전, 온라인상에서 먼저 주장한 네티즌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작성자 A씨는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DVD프라임'에 글을 올려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검색 조금 해보시면 제 신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뭐 대단한 특종인양 쓸 것 같아 먼저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는 "10년 조금 넘게 기자생활을 했다. 정치부에 오래 있었고 청와대 출입기자도 했다. 지금은 민주당 의원의 보좌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A씨는 과거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보도유예(엠바고) 해제 전 대통령 발언을 미리 알고 유포한 경위에 대해서는, 자신도 소위 '지라시'를 봤을 뿐, MBC 기자를 통해서 알게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위를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확인해준 사람 가운데 'MBC 기자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A씨는 "처음 대통령 발언 지라시를 받은 건 (22일 오전) 8시50분쯤이었다. 그 뒤로 다섯 개 정도 더 받았지만 그중 MBC 기자는 없었다"면서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었기에 여기저기 크로스체크를 했다. 제가 그 시간에 알 정도면 국회 언저리에 있는 사람은 다 안다고 봐야 한다. 몇몇 친한 기자에게 전달하는 정도였다. 물론 그 중에도 MBC 기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MBC 보도가 나가기 전인 22일 오전 9시18분 자신이 "일단 MBC는 내보낸다고 한다"는 글을 올린 경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A씨는 "여러 매체가 엠바고 이전부터 보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MBC가 보도한다는 소식을 듣고 댓글을 달았고, 그 뒤로 KBS도 보도하고 YTN도 보도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굳이 댓글을 달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누구에게서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A씨는 "혹시 그동안 신분을 밝히지 않고 민주당에 우호적인 활동을 했다고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면서도 "익명 글은 쓴 적 없다"고 했다. A씨는 해당 사이트에서 '그겨울OO'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김건희 큐레이터 경력도 허위로 나왔네요' '윤석열 선대위는 떴다방이군요' 윤석열 wp '페미니즘 인터뷰에 이재명 발언 도둑질' '1번이 이깁니다!' 등의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사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다"면서도 "큰 걱정은 없다. 제가 최근에 MBC 기자와 연락한 건 국정감사 아이템을 상의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폰은 아이폰이고 비밀번호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 문제로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6일 MBC를 항의 방문하고, 박성제 사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해당 언론사는 보도 윤리를 깨고 엠바고 전에 동영상을 민주당 관계자에게 슬쩍 건네줬다"고 했다.
민주당은 적반하장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협박 정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이라며 "솔직히 해명하고 국민께 사과부터 하라"고 했다.
한편 A씨가 글을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DVD프라임'은 박성제 MBC 사장이 활동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파업 참여 과정에서 해고된 후 '쿠르베 스피커' 대표로 활동하던 2013~2015년 스피커 관련 글 약 100건을 올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