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익산=강인 기자】 전북지역 공무원들이 평일 체육대회를 열고 술판을 벌여 비판이 나오고 있다.
휴가가 아닌 출장으로 체육대회에 참가한 점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공무원의 상대적 박탈감과 민원인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전라북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7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에서 제12회 노사한마음대회를 가졌다. 군산·익산·정읍·김제·완주·진안·임실·고창 8개 지부에서 연맹 조합원 600여 명이 참석했다. 체육관 인근에 꾸려진 연회장에는 자리마다 술과 음식이 차려졌고, 일부 참가자는 오전부터 술판을 벌였다.
노사한마음대회는 해마다 5000만~6000만 원에 이르는 세금이 투입된다. 올해는 전북도비 900만 원과 익산시비 5100만 원 등 6000만 원이 지원됐다.
개천절 연휴를 앞둔 시점에 평일 행사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일부 노조원들의 화합대회가 휴가가 아닌 출장을 신청해 이뤄졌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공무원의 출장은 정규 근무지 이외 장소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출장을 이용해 직무수행과 무관한 활동을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더구나 평일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시작된 한마음대회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꾸준히 평일에 열렸고, 최근에도 2017년, 2018년, 2019년 등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중단되기 전까지 연례적으로 평일에 개최됐다.
해당 행사를 두고 공직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사 화합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직원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갈등의 씨앗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 과거 익산시는 2015년 업무상 공백과 직원 간 위화감을 이유로 익산시공무원노동조합 체육행사 참석 요청을 불허한 바 있다. 노조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그간 묵인해 왔지만 당시 체육대회만큼은 일괄 참석을 불허하는 대신 개별적으로 연가를 내고 참석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전북공무원노조연맹 측은 한마음대회를 노조 활동으로 인정해 출장으로 행사를 치러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리면서 노동조합과 시군 간에 상생하는 노동자 문화를 만들고자 한 대회다. 각종 비상근무로 많이 지쳐있는데 하루라도 휴식하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라며 "수개월 간 행사를 준비해 업무에도 공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일 행사와 술에 대한) 비판이 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음주는 소통 과정에서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평소 연맹이 봉사활동 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진 행사를 너무 안 좋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