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선언 이틀 후에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한 말 "文의 과도한..."

입력 2022.09.25 06:02수정 2022.09.25 12:36
9·19 선언 이틀 후에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한 말 "文의 과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News1 DB


9·19 선언 이틀 후에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한 말 "文의 과도한..."
2018년 9월1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9·19 선언 이틀 후에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한 말 "文의 과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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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선언 이틀 후에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한 말 "文의 과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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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불어온 남북관계 개선의 '훈풍'은 이듬해까지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정상회담, 판문점 남북미 회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의 여파로 현재까지 남북·북미 간 경색국면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신뢰'가 부재한 북미 사이의 '중재자' 역을 자처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그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 끼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전·현직 주미 특파원들 모임 한미클럽에 따르면 이달 발행한 외교안보 전문계간지 '한미저널 10호'에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 전문이 공개됐다. 북미 정상 간 교환된 친서는 모두 27통이다.

이들 친서 내용은 앞서 2020년 출간된 밥 우드워드 미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저서 '분노'(Rage)에서도 일부 공개됐다.

김정은, '9·19 평양선언' 잉크 마르기 전 "文 관심 불필요"

한미저널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2018년 9월21일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저는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과 이틀 전 문 대통령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9·19 평양공동선언'에 합의하고, 능라도 5·1운동장에서 맞잡은 두 손을 평양주민들 앞에서 번쩍 들어보였던 김 총비서였기에 '2중성'을 엿볼 수 있단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북미 간 '중재·촉진자' 역을 강조해왔던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김 총비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철저한 '톱다운'(top-down) 협상을 원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해당 친서 내용을 두고 "남북정상회담에서의 김정은의 입장과는 완전히 달라진 변신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며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서울 귀환 보고를 보고 불신이 싹텄는지, 아니면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환대하고 합의서를 만든 게 속임수였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훈련 불만, 트럼프에 직접 따진 김정은

김 총비서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직접 따지기도 했다.

그는 2019년 8월5일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저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이를 각하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며 "분명히 저는 정말로 기분이 상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각하(트럼프)께서 우리의 관계를 오직 당신에게만 득(得)이 되는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저를 주기만 하고 아무런 반대급부도 받지 못하는 바보처럼 보이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는 또 지금은 북미 간 실무급 대화를 가질 때가 아니라며 "한국과의 '군사 게임'과 '전쟁 연습'이 끝났을 때 제게 다시 연락을 주길 바랍니다. 그때에 실무급 대화의 시간과 장소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비서가 이 같은 친서를 보낸 지 약 두 달 뒤인 2019년 10월5일 북·미 양측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진행한다. 그러나 당시 회담 역시 '빈손'으로 끝났고,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열리지 않고 있다.

◇김정은도 한때 '종전선언' 적극 원했다

김 총비서도 한때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처럼 '종전선언'을 강력히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8년 7월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각하처럼 강력하고 걸출한 정치인과 좋은 인연을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하지만 기대했던 '종전선언'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운 감이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종전선언은 양국 간 관계의 발전을 정리하고 세계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이른 시일 내 분명 빛을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2018년 당시 남북한은 문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4·27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해 6월12일 1차 북미정상회담에선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북미 공동성명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 추진에 힘을 쏟았다.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문'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작년 9월 임기 중 마지막 유엔총회에서도 종전선언을 얘기했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 외무성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남아 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는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조율을 진행하는 등 종전선언을 매개로 북한과의 대화 시도를 지속 시도했지만 북한은 끝내 호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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