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내복도 사치" 짠돌이 남편의 '불법' 사생활

입력 2022.09.24 09:09수정 2022.09.24 10:01
"아이 내복도 사치" 짠돌이 남편의 '불법' 사생활
ⓒ News1 DB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콩나물 하나, 아이 내복 한 벌에도 잔소리하던 '짠돌이' 남편이 불법 성매매 업소 단골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내가 이혼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되레 '의부증'이라며 재산분할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 이 같은 사연을 제보한 여성 A씨는 의심으로 가득 찬 5년간의 결혼생활을 그만 끝내고 싶다고 털어놨다.

A씨에 따르면 맞벌이였던 이들 부부는 결혼 초 생활비 50만원을 각출해 총 100만원을 생활비 통장에 넣고 그 돈으로만 생활을 이어갔다.

남편은 A씨의 남은 수입으로 주식투자와 펀드 등 재테크를 하면서도 A씨가 콩나물 하나 살 때도 잔소리를 했다. 또 A씨가 임신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됐을 때도 생활비를 꼭 내야 한다며 야박하게 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A씨는 돈에 벌벌 떨던 남편이 몰래 불법안마시술소를 다니는 사실을 주변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남편은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사과했고, A씨는 용서하며 상호 동의하에 위치추적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이 내복 하나 사는 것까지 사치라면서 돈을 쓰지 못하게 하면서 불법 안마시술소 출입은 계속했다.

A씨는 종일 위치추적 앱만 들여다보게 될 정도로 삶이 황폐해졌으며, 남편은 그런 A씨에게 '의부증'이라며 화를 냈다.

지칠 대로 지친 A씨는 결국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남편은 "난 돈 한 푼 없고 당신의 의부증 때문에 이혼하는 거니까 재산분할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A씨는 "그간 제 월급통장까지 남편이 관리했는데, 한 푼도 못 주겠다니 이게 말이 되냐"면서 "남편이 불법 안마시술소 출입을 계속하고 있고, 다니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계속 다니고 있는데 당연히 부정행위로 볼 수 있지 않냐"고 물었다.

먼저 안미현 변호사는 "불법 안마시술소란 '성매매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곳'을 통상 지칭한다. 불법 안마시술소의 의미가 이렇게 명확한데, 어찌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운을 뗐다.

안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민법 제840조 제1호에 따라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반드시 정교 관계를 전제로 한 간통뿐만이 아니라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며 "불법 안마시술소라는 곳에 여러 차례 출입해서 부부간의 신뢰를 훼손하고 이미 그곳에 가서 정조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데, 참 답답하고 저도 화가 난다"고 했다.

또 남편이 A씨의 의부증을 이혼 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그는 "아내가 남편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서 남편을 이유 없이 의심하고 감시하는 행동을 할 때 의부증이라고 한다"며 "A씨는 이유 없이 의심했던 게 아니라 남편이 이미 불법 안마시술소를 수시로 다녔고, 연락 두절 등 부부간 신뢰를 깨뜨리고 의심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사연 속 아내를 의부증으로 몰아서 이혼 사유로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의부증이 무조건 이혼 사유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안 변호사는 "의부증은 망상장애라는 정신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이를 치료하기 위한 질병이라고 본다"며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 쌍방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이혼 판결의 주요 요소로 본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만약 그 증상이 가볍거나 회복이 가능한 경우, 상대방은 사랑과 희생으로 치료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치료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그저 혼인관계 지속이 어렵다고만 주장하면서 이혼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안 변호사는 위치 추적기로 남편의 동선을 감시한 A씨보다 불법 안마시술소에 출입한 남편의 잘못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자신의 경제관념을 고집하며 아내의 소비와 살림 운영을 통제하면서도 아내가 임신했을 때도 생활비를 내놓으라고 했다"며 "그러나 남편은 불법 안마시술소에 아내 몰래 수차례 출입하며 얼마나 많은 가산을 탕진했겠냐"고 꼬집었다.

이어 "심지어 자신의 잘못이 발각되고도 아내를 의부증 환자로 몰아서 유책배우자라고 지적하면서 아내만을 탓하는 행동을 보인 남편이 유책배우자"라며 "이 사건에서는 누가 봐도 남편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는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불법 안마시술소를 다니며 재산을 탕진하고,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이는 재산분할 기여도를 낮추는 불리한 사정으로 반드시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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