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코미디언 이진호(36)가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부터 JTBC '아는 형님', 쿠팡플레이 '체인리액션' 등을 통해 전성기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지난 2005년 SBS 8기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웃찾사'를 거쳐 '코빅'에 자리 잡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진호는 자신만의 코미디 스타일을 정립해내면서 최근 들어 대중에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진호는 지난해 10월에는 '아는 형님'의 고정멤버로 합류, 벌써 고정 1주년을 향해가고 있다. 원년 멤버들 사이에서 쉽게 녹아들지 못할까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 그는 '아는 형님'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코빅'에서는 고참 코미디언으로서 프로그램을 튼실히 지탱하고 있다. '코빅' 내에서도 워낙 많은 코너들에 출연한 만큼 최다 커리어를 자랑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썸&쌈' '캐스팅' '깽스맨' '왕자의 게임' '진호를 위하여' '석포4리 마을회관' '깡패 PD' 등 대표 코너들만 해도 다수다.
'코빅'을 비롯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면서 자신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진호를 [코미디언을 만나다] 서른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그가 가진 코미디에 대한 철학과 그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이진호 편①에 이어>
-본인은 아이디어형, 기능형, 플레이어형 중에 어떤 개그맨에 속한다고 보나.
▶저는 조금 아이디어 쪽인 것 같다. 첫 번째로 '웅이 아버지' 코너는 거의 제가 100% 짜서 올라간 코너였다. 이후에는 같이 회의를 하면서 만들었던 것 같다. '썸앤쌈' 같은 경우는 박나래씨, 장도연씨, 한윤서씨, 지금은 고인이 된 최서인씨가 만든 코너였다. 원래 제가 한 역할은 장동민형을 보고 만든 거였다. 그런데 전화가 와서 '코너 검사를 받았는데 네가 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하시더라. 리허설 때는 사실 대사가 없었다. '진호야, 너 그냥 편하게 해, 욕만 빼고 다 해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방송에서 욕처럼 표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나온 게 '개똥같은 소리하네'였다. 그게 이후에 하나의 시그니처가 된 거 였다.
-최근 코미디 추세가 유튜브 쪽으로 빠지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이제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가 코미디를 다루기에는 사람들이 그걸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뭔가 코미디 무대에서 콩트를 짜서 하는 걸 보는 사람들이 적은 게 사실이다. 자연스러운 개그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 '코빅'도 유튜브용 코너를 짜기는 했지만 그건 후배들이 조금 더 그걸 통해서 기가 살아지고, 트레이닝한다는 느낌이 컸다.
-유튜브를 통해 잘 된 코미디언들도 많은데.
▶정말 잘 된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 김해준도 최준으로 굉장히 인기를 얻었고, '숏박스' '흔한 남매' '급식왕' '엔조이 커플' 등 다 후배들이기는 하다. 그 친구들이 잘 돼서 뒤에서 박수는 치는데, 그 친구들 때문에 다른 코미디언들의 생각이 많아지더라. 뭔가 무대 코미디를 포기해야 하나라는 갈등도 많이 하더라. 후배들 보면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 '여기서도 잘 안 되는데 거기 가면 될 거라는 생각을 갖지 말고, 여기서라도 자기가 집중을 해야한다'라고. 가끔 가다가 후배들에게 '너는 목표가 뭐고, 이번 주 출연 의도가 뭐야'라고 물으면, 대답을 하는 사람이 몇 없다. 솔직히 말해서 '잘 되고 싶습니다' '인기 많아지고 싶습니다' '개그맨으로 성공하고 싶습니다' 같은 목표가 있어야 출연하는 게 맞는 거다. 그런데 일단은 목표 의식이 많이 부족한 거다.
예전에 저는 정말 힘든 일도 많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안 했다. 지금은 같이 코너하는 후배들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는데 이게 참 꼰대처럼 보이더라. 예를 들어 '나는 너희들에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긴 시간인데, 그 안에 너희들에게 투자를 많이 하면 그만큼 가져가는 베네핏이 있으니깐 좀 의미 있게 썼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녹화를 하면서 현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면 그걸 버려야 하는데 다음 주에도 비슷하게 가져오는 거 보면 겉으로는 뭐라고 하지 않지만, 계속 걱정이 드는 마음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예능에서도 코미디언들을 잘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제 그런 것 같다. 한 번씩은 섭외도 해주시고 한 번씩은 예능에서 찾아주시는데 어쨌든 방송사들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근데 이렇게 기회를 주면 그거를 좀 잘 살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살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개그맨들은 조금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내가 오늘 여기 와서 꼭 웃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녹화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깐 사람들이 기대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기대를 안 한다. 근데 예능도 준비를 많이 해서 나가야 되는데 그런 준비도 덜 된 사람들이 나가면 잘 안되는 것 같다. 제가 곁에서 봐왔던 박나래씨도 준비를 많이 했었고, 그러면서 쭉쭉 올라갔던 것 같다. 그걸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가 있었는데, 그걸 잘 못 살리면 예능에서 당연히 안 찾아준 것 같다.
-이진호에게 코미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냥 저희가 숨 쉬는 공기 아닐까 싶다. 매일 매일 매 순간에 함께 있는 공기 같은 거다. 사람들이 친구들도 만나고 술자리도 하고 막 그렇지 않나. 근데 그 안에서 항상 무언가 웃을 일은 있다. 그게 다 코미디라는 생각이다. 코미디를 안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우울증 심하게 걸린 사람 빼고는 뭐든지 그냥 우리의 즐거움은 내 친구들 앞에서 조크 한 번 하는 거 아니겠다. 친구들 반응 좋으면 그냥 기분이 좋지 않나. 저는 그걸 직업으로 하고 있는 것뿐이지 사람들이 모두 코미디는 다 하고 사는 것 같다.
-코미디언으로서 꿈이 있다면.
▶사실 코미디언으로서의 꿈은 진작에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