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분향소에 피해자 실명 공개... 2차 가해까지?

입력 2022.09.22 07:12수정 2022.09.22 16:16
서울교통공사 분향소에 피해자 실명 공개... 2차 가해까지?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교통공사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설치한 분향소에서 피해자 실명이 노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사가 또 황당한 일을 해 피해자를 두 번 죽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이날 오전 본사와 사업소 등 20곳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신당역 피해 직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중 마포구 성산별관 내 설치된 분향소에 피해자의 실명이 적힌 위패가 설치, 지나가는 시민들도 피해자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피해자 실명은 2차 가해 등을 우려해 유족 동의 없이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족 측이 항의하자 공사는 뒤늦게 위패를 내렸다. 공사 관계자는 "설치 과정에서 실무상 잘못이 있었고 즉시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는 사건 발생 이후에도 내부 전산망에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그대로 공개했다가 사건 발생 7일째인 지난 20일에야 직원들의 항의를 받고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처럼 신당역 살인사건에 대한 공사 측의 대응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참석해 "앞으로 여성 직원에 대한 당직을 줄이고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가상순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공사 안팎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여성의 직무 수행 능력을 제한해 특정 업무에서 제외하는 것은 오히려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또 "여성계도 '일종의 펜스룰(문제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리는 차별적 인식)이고 여성 직원의 업무능력에 대한 폄훼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면서 "누군가 할 수 없는 업무를 늘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이번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전씨는 스토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18일 징역 9년이 구형됐다.


그는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9시쯤 신당역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씨가 징역 9년이라는 중형을 받게 된 것이 피해자 때문이라는 원망에 사무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조회해 근무지에서 범행한 점, 흉기와 샤워캡, 장갑 등을 집에서부터 챙겨 온 점, GPS 조작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점 등 계획 범죄로 볼 만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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