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가정 폭력을 저지르는 아버지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태도에 분노해 이 같은 행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21일 오전 1시47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버지 죽이러 가는 중'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 두 장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평소에 잘하지 그랬냐"며 검은색 옷차림에 흉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또 다른 사진은 메시지(알림)가 온 휴대전화 화면을 갈무리한 것으로, 메시지에는 "엄마가 잘못했어. 빨리 집으로 와서 엄마랑 이야기하자"라고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메시지 아래에는 "장곡지구대가 출동해 현장 도착 예정입니다"라는 경찰의 연락도 남아 있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한순간의 감정으로 인생 망치고 싶냐"며 진정하라고 타일렀다. 일부 누리꾼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저런 미친 XX는 구속시키자"고 못마땅해했다.
같은 내용의 신고가 여러 번 접수돼 경찰은 사실 확인에 나섰고, 출동 끝에 그의 집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A씨를 붙잡았다.
1시간여 뒤 A씨는 수갑 찬 사진을 올리면서 상황 설명에 나섰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술을 마신 뒤 아내에게 전화해 "집이랑 차 불태우고 칼로 널 죽여버리고 나도 죽겠다. 지금 택시 타고 집 가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엄마가 울면서 나한테 전화 좀 받아 보라고 했다. 아빠는 나한테도 쌍욕 하면서 죽인다고 했다"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전에도 망치로 집 부수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손 올리고 쌍욕 하는 게 기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번에도 신고했는데 경찰 오더니 아무 조치도 안 하고 갔다. 또 신고해봤자 뻔할 거 같아서 진짜 죽이려는 건 아니고, 이렇게 해야 경찰이 일 처리 좀 할 줄 알아서 글 올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매번 신고할 때마다 경찰들이 아빠 끌고 가서 조서 하나 받고 아무것도 안 하고 다시 풀어줬다"며 "접근금지 요청해달라니까 죽어도 내 말 안 들어줬다. 경찰한테 여러모로 불만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 신고만 100건이 넘었다고 한다. 사건 정황 참작해서 빨간 줄은 안 그어질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일로 아빠도 살인미수로 제대로 처벌하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흥경찰서는 한 매체에 "A씨는 만 19세로, 이날 오전 1시27분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다'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청소년 상담센터에 연락해 상담도 받았다고"고 밝혔다.
존속살인예비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커뮤니티에 올린 글과 비슷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 관련 가정폭력 등 경찰 신고 기록은 현재 확인된 건 없다"고 했다.
A씨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나, 불러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구속보다 정신질환 응급 입원 등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