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 1초 만에 ..." 개미 사냥 장인 거미 발견

입력 2022.09.20 12:32수정 2022.09.20 13:27
기사내용 요약
수백분의 1초 만에 거미줄로 칭칭 감아 무력화

"1000분의 1초 만에 ..." 개미 사냥 장인 거미 발견
[서울=뉴시스]자기보다 큰 개미를 재빠르고 정확한 방법으로 거미줄로 묶어 사냥하는 호주 거미. (출처=호주과학아케데미회보) 2022.9.2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먹이 사냥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곤충 가운데 거미가 으뜸이다. 집단 사냥도 하고 덧을 놓기도 하며 심지어 먹이의 페로몬과 비슷한 페로몬으로 유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거미도 개미한테는 무력하다. 개미는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강력한 턱을 가지고 있고 독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미를 사냥하는데 매우 능숙한 거미가 호주에서 새로 발견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 행동생물학자 알폰소 아세베스-아파리치오 연구팀이 밝혀낸 사실이다.

유료피스 움빌리카타(Euryopis umbilicata)라는 학명의 거미는 개미보다 작은 종이다. 이 거미는 태양의 서커스단이 무색할 정도의 솜씨로 개미를 죽여서 연구자들이 "개미 학살자"라고 이름지을 정도다.

연구팀이 이날 국립과학아케데미 회보에서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이 거미는 눈깜짝할 사이에 개미를 거미줄로 칭칭묶어 서 나무 아래에 늘어트린다. 연구팀이 유칼립투스 나무에 거미줄에 갇힌 채 매달린 곤충 사체를 수집한 결과 182개중 181개가 개미 사체였다. 특히 이들 개미들의 90%가 캄포노투스 콘소브리누스(Camponotus consobrinus)라는 학명의 설탕개미의 일종이었다.

연구팀이 유칼립투스 나무에 설탕개미를 놓아 두고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문제의 거미가 불과 몇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만에 개미를 덥쳐 거미줄로 묶어 버리는 것이 밝혀졌다.

공동연구자인 매커리대학의 마리 허버스테인 박사는 "액션 영화 스턴트맨처럼 움직였다. 아니면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만들어 개미를 뒤집어가며 붙이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했다.

거미줄로 칭칭 감아맨 뒤에는거미줄 한 줄에 개미를 매달아 나무가지에서 아래로 늘어트렸다. 다시 줄기로 끌어올린 뒤에는 개미에 거미줄을 더 감아 옴짝못하게 만든 뒤 물어서 저장고에 비축했다. 60차례의 공격장면을 촬영한 장면에서 개미 포획에 성공한 사례가 85%에 달했다. 이는 개미를 상대로 한 사냥에서 매우 높은 성공률이다.

허버스테인 박사는 "거미가 개미의 턱으로 달려들어 매우 곡예적이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사냥한다. 정확성과 성공률이 놀라울 정도다. 잘못 공격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말했다.


조지아공대 생물분자공학자 사드 밤라는 거미의 사냥법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묘사했다. 거미들이 자신보다 큰 먹이를 끈끈한 거미줄로 사냥하는 "실크 도구"를 만들어내는 천연의 공학자라고 했다.

밤라 박사는 인간이 거미와 곤충이 "도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인간과 유인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거미를 보면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개미를 사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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