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77세 노인이 캥거루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캥거루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지난 1936년 이후 약 86년만이다.
13일(현지시간) BBC,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웨스트오스트리아주의 주도인 퍼스에서 400㎞ 떨어진 마을 레드몬드에서 발생했다. 노인의 친척은 지난 10일 노인이 자택에서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캥거루가 위협적인 자세로 접근을 막아서 경찰은 결국 캥거루를 사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노인이 야생 캥거루를 애완용으로 기르려고 시도하다가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호주 법률은 토종 동물을 애완용으로 삼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 남성이 동물 사육과 관련한 허가를 보유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현지 동물구조단체에서 캥거루과 동물을 담당하는 타냐 어윈은 "해당 캥거루는 수컷 성체로 보이는데, 이들은 공격적인데다 포획된 상태에서 잘 지내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캥거루는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야생동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를 사망케 한 캥거루는 서부회색캥거루로 알려졌다. 이 캥거루는 호주의 남서부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이다. 그들은 최대 54㎏까지 나가며 1m30㎝까지 자란다.
수컷들은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서로 싸울 때처럼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들은 근육질의 꼬리로 무게를 지탱하고 짧은 앞다리로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강력한 발톱을 가진 뒷다리로 공격한다.
호주에서는 최근 캥거루에 의해 부상을 입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캥거루 사냥에 나섰던 10대 청년이 자동차 안에서 총을 든 채 잠시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캥거루의 습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얼굴 곳곳에 피멍이 들었고, 턱뼈까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2019년에는 호주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던 여성이 캥거루의 공격을 당해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반려견이 흥분해 먼저 캥거루를 쫓기 시작했고, 이에 흥분한 캥거루가 순식간에 여성을 따라와 보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캥거루의 공격이 사망 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1936년 이후 86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 38세의 남성이 캥거루의 공격을 받고 회복하지 못해 수개월 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