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도쿄에 사는 모리모토 쇼지(38)는 이른바 '꿈의 직업'에 종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가로 시간당 1만엔(약 9만7400원)을 받는다.
모리모토가 하고 있는 건 '자기 임대 사업'이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6일자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나는 나 자신을 빌려준다. 고객들이 원하는 장소에 가서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 게 내 일"이라고 말했다.
마른 체격과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모리모토는 지난 4년 동안 약 4000건의 의뢰를 받았다. 지금은 현재 트위터에서 25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인사다.
고객 중 4분의 1은 단골 손님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270번이나 고용한 사람도 포함된다.
모리모토는 의뢰인과 공원에 가서 시소를 타거나, 배웅을 원하는 의뢰인에게 열차 창문을 향해 미소하며 손을 흔들어주는 등의 일을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모토인 만큼 특별한 의뢰는 받지 않는다. 냉장고를 옮겨 달라는 의뢰, 함께 캄보디아 여행을 가자는 의뢰, 성적인 요구가 담겨 있는 의뢰는 모두 거절했다.
지난주 모리모토는 인도 전통의상 '사리'를 착용한 데이터 분석가 치다 아루나(27)와 마주 앉아 차와 케이크를 들며 드문드문 대화를 나눴다.
치다는 당당하게 사리를 입고 다니고 싶었지만, 사리 차림으로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이 당황할까 봐 모리모토를 고용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그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빌린 사람(모리모토)과 함께라면 딱히 수다를 필요가 없다"며 그 장점을 말했다.
한때 모리모토는 출판사 직원이었고, 종종 "아무것도 안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본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서비스로 제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자기 임대 사업'은 모리모토가 아내와 아이를 부양하는 유일한 수입원이다. 그는 자신의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하루에 한두 명의 의뢰인을 상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하루에 서너 명을 받기도 했다.
모리모토는 생산성만을 중시해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을 배격하는 현대사회의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 '아무것도 안 하는' 행위가 타인에게 유용하기 때문에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자체로 괜찮다.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유용한 존재가 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