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 = "매미보다 강력한 태풍이 온다는데 집이 무사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5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는 역대급 태풍 '힌남노' 북상에 온 가족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8, 9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잇따라 부산을 덮쳤을 당시 아파트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공포를 겪었기 때문이다.
A씨는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고 합판을 덧대는 등 대비를 하고 있지만 집에 있어도 될지, 집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0층이 넘는 초고층 유리 빌딩이 밀집한 해운대 일대는 2년 전 태풍이 강타했을 당시 빌딩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해운대 바닷가 인근 초고층 아파트와 호텔뿐만 아니라 수영강 인근 아파트까지 외벽 유리가 깨지고 파편이 일대 도로와 아파트로 떨어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해운대 달맞이, 마린시티, 미포 일대는 고층 빌딩으로 인한 '벤투리(Venturi) 효과'로 바람 세기가 2배 이상 강해지는 곳이다. 벤투리 효과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기가 이동하며 2배 이상의 풍속, 급강하, 소용돌이 등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곳은 건물 사이의 간격이 좁아 기압이 낮아지면서 바람이 쏠리게 되는 것이다. 2년 전 태풍이 상륙했을 당시에도 빌딩풍 영향으로 순간최대풍속이 50㎧에 달했다.
특히 이번 태풍은 가장 강력했던 태풍 '사라' '매미'보다 더 강할 가능성이 높아 큰 피해가 우려된다.
며칠 전부터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빌딩풍에 대비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는 창문에 'X자'로 테이핑을 하는 것보다는 합판을 덧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대비책은 창문을 다 잠그고 날아갈 수 있는 물건은 다 치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풍속은 층이 높아질수록 20% 정도 세진다”며 “50층 이상의 초고층에 거주하는 분들은 다른 곳으로 대피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운대구는 힌남노 북상에 따른 월파에 대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해안가인 마린시티, 청사포, 미포, 구덕포 주민들에게 인근 학교로 대피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힌남노는 서귀포 남남서쪽 약 410㎞ 해상에서 시속 24㎞로 북진하고 있다. 6일 오전 9시 부산 북북동쪽 약 80㎞ 부근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힌남노가 상륙할 때 중심기압은 950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43㎧, 강도는 ‘강’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