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나이들면 철든다', '철들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 인체공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뇌에 철이 쌓이는데, 일부는 그 독성으로 뇌세포를 죽여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권태준·조형준 교수팀이 뇌조직에 철이 쌓여도 독성을 해소해 뇌세포를 보호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진이 발견한 유전자는 '씨엘유(CLU)'와 '에이치이알피유디1(HERPUD1)'. 향후 이 유전자를 컨트롤해 치매 치료법이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권태준 교수는 4일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들이 노화와 관련된 퇴행성 신경질환과 철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철 같은 중금속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독성을 가지는 활성산소를 발생시키거나 DNA를 손상시키기도 하며, 세포를 죽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뇌 특정부위에 철이 쌓이는데 모든 사람이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15개월 된 늙은 쥐와 6개월된 어린 쥐의 뇌조직을 분석했다. 특히 중뇌에서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뇌조직 '흑질' 부분을 자기공명기술(MRI)로 촬영해 살펴보니 나이가 많을수록 흑질에 철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
유전자 분석 결과, 흑질 부분에 철 농도가 높아지면 이 유전자들이 반응했다. 이 유전자들의 반응을 막자 철이 쌓이면서 죽는 세포들이 늘어났다.
조형준 교수는 "철을 측정할 수 있는 MRI와 철에 대한 세포의 대응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능 유전체 기술을 접목해 노화에 따른 철의 축적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 출판사인 와일리의 '에이징 셀(Aging Cell)'에 게재될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