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 발표를 약속한 교통대책이 줄줄이 밀렸다.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법안 발의가 필요한 대책의 발표시점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원 장관이 공식적으로 8월을 시점으로 제시한 국토교통 대책 중 발표가 지연된 것은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과 '공공기관 혁신' 중간보고다.
여기에 원 장관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된 택시대책도 8월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원 장관은 이러한 대책들을 7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 보고'를 비롯해 브리핑, 국회 교통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꾸준히 언급한 바 있다.
일례로 그는 지난 6월 모빌리티 로드맵을 두고 "미래 모빌리티가 우리 국민 일상의 한 부분이 되도록 국토부가 앞장설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택시대책은 국토부 유튜브를 통한 '원희룡 특강'도 진행했다.
그러나 8월9일로 예정됐던 주택공급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 집중호우 피해로 16일까지 밀리며 국토부의 대책 발표 시기도 전반적으로 순연됐다.
국토부는 △8월19일 층간소음 대책 △8월31일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연달아 공개했으나 교통관련 대책은 뒤로 밀렸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모빌리티 로드맵에는 규제완화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관계부처 조율이 필요해 8월 말 발표가 어려웠다"며 "로드맵 자체는 사실상 완성돼 9월 중으로 발표 시기를 보고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택시에 대해서 "단순 요금 정책이 아닌 여러가지 대책을 종합하다보니 협의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도 "9월 발표를 준비 중이다"고 답했다.
쉽게 말해 대책에서 지자체 및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 많아 원 장관의 발표 계획과 엇박자가 난 셈이다. 발표에 나설 원 장관이 2021 회계연도 결산심사로 국회에 계속 출석한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원 장관은 모빌리티 로드맵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관 혁신안도 상황이 비슷하다. 7월5일 혁신안 관련 브리핑 당시 28개 공공기관 혁신안의 공개 시점을 두고 질의가 이어졌다. 당시 원 장관은 "한 태스크포스(TF)에서 모두 아우르는게 아닌 기관별 주무부처가 있다"며 "크고 작은 여러 TF를 짜서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없앨 것이다"고 답했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내부적인 사유, 호우피해 등으로 일정이 빡빡했다"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고 귀띔했다.
원 장관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진행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차 혁신과제를 마쳤다고 언급한만큼 다음주 혁신안 발표가 유력하다.
결국 대책의 특성상 다수의 업계·관계기관 협의와 법안 발의가 필요해 시점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컨대 택시대책은 탄력요금제 도입이 유력해 택시업계와의 소비자 사이에서 적절한 인상폭을 찾아야 한다.
세부안이 부족해 로드맵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이어진 8·16대책과 비슷한 모양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책 신뢰도가 중요하지만 약속시기를 맞추려고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정리된 정책을 늦게 발표하는것이 낫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