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에서 몸통에 화살이 박힌 개가 발견된 지 사흘째지만 경찰이 화살을 쏜 용의자 추적과 개 주인 여부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
29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지난 26일부터 가용인력 50~60명을 동원해 화살이 박힌 개가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오전 8시29분쯤 제주시 한경면의 한 도로에서 몸통에 화살이 관통된 개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개는 숨을 헐떡이는 등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흘간 인근 마을까지 범위를 넓혀 폐쇄회로(CC)TV 확보와 탐문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개에게 관통상을 입힐 정도로 활을 사용줄 안다면 양궁을 상당기간 단련한 인물일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개를 알고 있거나 평소 목격한 주민 역시 나타나지 않아 주인이 있는 개인지, 유기견인지 여부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발견 당시 개는 목줄을 한 상태였지만, 몸에 주인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동물 등록칩이 없었다.
경찰이 양궁협회에 자문을 구한 결과 개를 관통한 70㎝ 길이의 화살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궁용 화살로 추정된다. 경찰에 소지허가를 받아야 하는 석궁이 아니라 화살 소지자를 역추적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3일간 개가 발견된 한경면 청수리부터 저지리, 서귀포시 대정읍까지 탐문 범위를 넓혔지만 아직까지 목격자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시민 제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가용인력을 동원해 여러 방향으로 수사를 이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베리안 허스키로 알려진 피해견은 수컷 말라뮤트 믹스견으로 파악됐다. 나이는 3살로 추정된다.
현재 개는 화살 제거 수술을 받은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에 입원해있으며, 상태가 호전되는대로 제주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질 예정이다.
제주에서는 지난 4월 일주일 간격으로 동물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전국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 4월13일에는 제주시 한림읍에서 주둥이와 앞발이 노끈으로 묶인 개 한 마리가 구조됐고, 같은달 19일에는 제주시 외도동에서 주둥이와 코만 땅 밖으로 나온 채 땅 속에 생매장된 푸들이 발견됐다.
동물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제주도는 동물학대 근절을 위해 동물보호단체, 제주대 수의대학, 제주자치경찰단 등이 참여하는 민·관·학 종합 예방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도는 우선 민간단체, 학계, 행정이 포함된 정책 자문단을 확대 개편해 반려동물 보호 관련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학대행위로 동물을 죽이는 경우 최대 3년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동물에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 유발 학대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동물을 유기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