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다이빙을 한 뒤 위험에 처한 A씨(사망당시 39세)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었음에도 가지 않고, 일부러 구조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방관한 것 같습니다."
'계곡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평 용소계곡에서 당시 현장을 재연한 다이빙 및 구조전문가가 이은해씨(31)와 조현수씨(30)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26일 오후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이규훈) 심리로 열린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와 조씨의 11차 공판에서 사건 재연 전문가 B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전했다.
B씨는 "다이빙을 하다가 사고가 난다면 사람의 신체 구조상 한번 가라 앉았다가 부력에 의해 다시 떠오른 뒤, 머리의 중력 때문에 다시 가라앉을 때 (사고가)나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상황, 검찰 측이 제시한 조씨와 방조범의 수영실력이라면) 조씨가 당시 허리에 튜브를 차고 A씨를 구조하러 갔다면 (튜브 때문에)속도가 나지 않는데 일부러 그런 것 같고, 충분히 주변에 구명조끼와 튜브가 있던 상황이어서 구조를 하러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함께 계곡에 갔던 일행 중 한명이 A씨의 '악'소리 비명을 들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 물에 가라 앉았다가 떠오를 때 급박한 상황에서 소리를 지른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다리에 쥐가 나면 오히려 소리를 지를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이씨 일행과 함께 용소계곡을 간 이씨 등의 지인은 앞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A씨의 '악'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상황을 알게 됐고, 조씨가 왜 답답하게 튜브를 차고 A씨를 구조하러 가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고"고 증언한 바도 있다.
B씨의 증언에 이씨와 조씨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모두 A씨가 다이빙 후 가라 앉았다가 한번 떠오른 뒤 공통적으로 A씨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상황도 발생할 수 있나?"고 물었고, B씨는 "물을 잘못 마셔 폐에 물이 차 그런 상황도 발생할 수 있으나, 그렇게 짧은 시간에 가라앉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은 B씨 외에도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한 스킨스쿠버 C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B씨는 2~3번, C씨는 10번 다이빙을 하면서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고 했다.
B씨는 A씨가 다이빙한 위치가 절벽에서 물까지 3~4m, 수심도 3~4m가량 된다고 파악했고, C씨는 4~5m, 수심은 4.5m로 분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A씨가 수영을 못한다면 공포심을 느낄 높이와 수심이라고 전했다. 특히 B씨의 경우, 해당 위치에서 전문가라 하더라도 절대 다이빙을 하거나, 수강생들 혹은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이빙을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또 두 전문가 모두 다이빙하기 전 인근 물에 떠 있던 조씨와 방조범을 믿고 뛰어내렸을 것이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A씨를 구조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씨와 조씨의 변호인은 A씨가 한번 떠오르고 다시 가라앉은 뒤 보질 못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내세우며 반대신문을 이어갔다.
이날 법정에는 A씨가 사망 직전 이씨 일행과 함께 갔던 가평 수상레저업체 직원과 이수정 교수 등 총 6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됐으며, 2시간에 걸쳐 4명의 증인 신문 후 잠시 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