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수를 둘러싼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임금을 1%만 인상하고, 인력은 5년 동안 5%를 감축하겠다고 밝히자 공무원노조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대정부투쟁에 나섰다.
9급 1호봉 실수령액 160만원대…최저임금보다 낮아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 타깃 중 하나가 '공무원 인건비'이지만, 공직 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의 보수만 10%를 반납하기로 밝힌 상태다.
인사혁신처의 ‘2022년 공무원 봉급표’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초임(1호봉) 월 기본급은 세전 168만65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을 받는 근로자의 월급은 191만4440원이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위 관료들이 1억이 넘는 연봉을 챙길 때 하위직 공무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라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201만580원으로 결정된 상황에서 임금이 2% 인상되더라도 9급 1호봉은 199만5130원에 불과해 최저임금을 밑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규 공무원 최저임금 웬 말이냐"라며 "일방적인 희생 강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내년 1%대 인상 그칠듯…'생활임금 보장' 대정부 투쟁
공무원노조는 현재 보수 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물가 상승폭에 미치지 못해 실질임금은 삭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IMF 이후 최고치인 6.3%를 기록했으며, 추후 물가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라면서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 가족 전체의 생계가 위협받는 그야말로 생존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하위직 공무원 저임금 구조 개선은 탁상머리가 아닌 현장에 답이 있다. 하위직 공무원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5년 내 떠난다' 4년새 2배 급증…9급 경쟁률 30년만에 최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재직 기간 5년 미만 퇴직자는 1만693명이다. 2017년 5181명에서 4년 만에 약 2.1배 증가했다. 공무원노조는 "워라밸 없는 힘든 노동에 쥐꼬리만한 임금으로 인해 8~9급 MZ세대 공무원들의 퇴사는 날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A씨는 "동기부여의 가장 큰 수단은 금전적 보상"이라며 "공무원들이 대기업만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월급이 현실적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9급 공무원 B씨도 "공무원도 세금내는 국민"이라며 "올해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진짜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9.2대 1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1년 93대 1을 기록한 후 매년 하락세를 이어갔다. 9급 국가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30대 1 이하로 내려간 것은 1992년 19.3대 1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 조사를 보면 13~34세 청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는 대기업(21.6%)으로 조사됐다. 공기업(21.5%), 국가기관(21.0%)은 대기업 다음이었다. '국가기관'은 지난 2011~2019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다 밀려났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