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복도 사는 80대 할머니 '현대판 고려장' 충격

입력 2022.08.21 08:36수정 2022.08.21 15:06
아파트 복도 사는 80대 할머니 '현대판 고려장' 충격
(SBS '궁금한 이야기 Y' 갈무리)


아파트 복도 사는 80대 할머니 '현대판 고려장' 충격
A씨가 생활한 아파트 방 한 칸. ('궁금한 이야기 Y' 갈무리)


아파트 복도 사는 80대 할머니 '현대판 고려장' 충격
('궁금한 이야기 Y'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날 내쫓았다."

아파트 대문 앞에서 20일 가까이 숙식을 하는 80대 할머니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A씨는 시멘트 바닥에 이불도 없이 잠을 자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어려운 탓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A씨가 바깥 생활을 하기 시작한 건 지난 7월부터였다. 동네 주민은 그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에서 며칠씩 잠을 자곤 했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빈손으로 나왔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비밀번호가 바뀐 이 집은 A씨가 막내딸에게 사준 집으로, A씨는 이곳에서 2년간 같이 생활했다. 그러던 중 막내딸이 자신의 이사 날짜에 맞춰 집을 나가라고 A씨에게 통보한 것.

그는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이렇게 날 내쫓았다"며 "비밀번호 바꾸고 문 잠그고 내쫓았다. 딸은 이사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들어있다"고 밝혔다.

집주인은 "옛날에 노인네 버리고 간 거지 뭐냐. 이게 현대판 고려장이지"라고 탄식했다.

A씨는 이날 집주인의 도움으로 딸과 통화했다. 그러자 딸은 "그게 다 할머니(엄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며 "보통 분 아니시다. 그런데도 낳아 준 부모라고 제가. 법대로 하시라고요. 제가 2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다했다"고 말했다.

과거 A씨는 남편과 동대문에서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제화업체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사업이 잘돼서 러시아에 수출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큰딸과 아들에게는 수십억짜리 건물 한 채, 막내딸에게는 월세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그러나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서로 싸웠고, A씨가 고시텔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

A씨는 "재산 다 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거다. (막내딸이) 오빠는 부잔데 왜 오빠한테만 자꾸 주냐. 그런 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줬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A씨의 지인은 "아버지가 자식들 다 가게 하나, 집 한 채씩 해주면서 (막내) 딸을 좀 적게 준 것 같다"며 "아들은 딸만 그렇게 감싸고 다 해줬다고 불만이고, 딸은 딸이라 적게 줬다고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막내 딸과 2년간 함께 살 때는 어땠을까. A씨는 "2년 동안 잘 살지도 못했다. 지옥이었다. 밥 같이 먹기 싫다고 해서 따로 먹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고 목욕도 목욕탕 가서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A씨가 생활한 방 한 칸에는 각종 즉석요리와 주방가구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또 그는 "2년 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무것도 안 줬어도 부모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씁쓸해했다.

A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이인철 변호사는 "불효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도 이렇게까지 좀 충격적이고 심한 건 처음 본 것 같다"며 "최소한의 의식주를 마련해야 한다. 도의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법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민법에 규정돼있는데 자녀들이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이잖아요.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존속유기죄가 돼 형이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막내딸은 "2000만원 보내면 짐 빼기로 약속하셨죠? 이삿짐 사람 불러두고 연락하면 바로 돈 보내겠다"면서 A씨에게 2000만원을 보냈다.

A씨는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여기를 떠나시는 거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어디든지 가야지. 갈 데 없어도 어디든지 발걸음 닿는 대로 가야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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