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3년6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가운데 금리 인상 기조를 비롯한 다양한 변수로 인해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음 주에는 수도권 폭우로 연기됐던 '250만호+α 주택공급대책'이 나올 예정인데, 규제 완화 계획 등 발표 내용에 따라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08% 하락하며 지난주(-0.07%)보다 하락폭이 또 늘었다. 이는 2019년 4월 첫째주(-0.08%) 조사 이후 3년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내림세다.
서울 아파트값은 5월 다섯째주 -0.01%로 하락 전환한 뒤 11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내림폭도 점점 늘고, 지역별로 매물 가격이 하향조정된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에 따라 가격 하방압력이 작용하는 데다 당분간 주택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과 여름휴가철 영향으로 매수 문의가 줄고 거래가 감소하면서 하락폭이 늘었다.
특히 노원구(-0.20%)는 서울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상계동 상계주공9단지 전용 79㎡는 지난달 8억39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직전거래인 9억3500만원(5월)과 비교해 1억원 가까이 내렸다.
도봉구(-0.18%)와 성북구(-0.16%), 종로구(-0.15%)의 하락세도 두드러졌고, 송파구(-0.06%)는 잠실·신천동 대단지 위주로 하락거래가 발생하며 낙폭을 키웠다.
강북권에서는 용산정비창 개발 계획 소식에 용산구(0.00%)가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고, 강남권에서는 '나홀로 상승'하던 서초구(0.00%)가 2주째 보합세를 보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은 등락폭이 적긴 해도 다른 지역과 동조를 해가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안에 가격이 상승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 통계에서는 이번주 서울 25개구 중에서 아파트값이 상승한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를 기록했고 그간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강남과 서초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하락으로 돌아섰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집값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매수심리가 더 움츠러들고, 거래절벽 상황이 심화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14주째 하락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4를 기록했는데,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예고에 매물은 다소 감소하고 있지만, 매수세가 더 위축됐다.
아파트 거래량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날(12일) 기준 7월 서울 아파트 매수 신고는 516건에 불과했다.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았지만, 올해 2월(815건)보다 적은 역대 최저 거래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8월은 현재까지 신고된 거래가 51건뿐이다.
전세의 경우에도 대출이자 부담에 따라 반전세나 월세로의 전환 문의가 증가하고 있고, 갱신계약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셋값 하향조정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오는 16일에는 정부의 '250만가구+α(알파)' 주택공급대책이 나올 예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반주택 수요가 분양시장으로 쏠려 하락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해 시장이 들썩일 순 있지만, 지금은 금리가 가장 큰 변수라 반짝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주택공급대책은 향후 5년간의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급대책에는 단계적인 공급 계획과 함께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함께 담겨야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