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에 '의사 부족' 논쟁... 핵심은?

입력 2022.08.04 13:10수정 2022.08.04 13:30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에 '의사 부족' 논쟁... 핵심은?
자료 사진. (송파소방서 제공) 2021.12.23/뉴스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지난달 24일 새벽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사건 이후 의료계는 물론 사회 각계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규모와 의료 수준에서 국내 최정상으로 꼽힌 아산병원에 당시 수술을 집도할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었다는 현실을 두고 여러 진단과 해법이 교차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반적인 의사 인력 부족은 물론 병상 등 의료자원과 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 낮은 수가로 인한 중증의료 기피 분위기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뇌출혈 등 골든타임이 중요한 필수 중증질환에 대비한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관할 보건소와 4일 아산병원을 찾아 법령 준수 여부와 처치·이송·전원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현장점검에 나섰다.


◇새벽 근무 중 쓰러진 간호사…뇌혈관외과 의사 없어 타병원 이송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30대 간호사 A씨는 근무 중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아산병원은 응급치료를 위한 의학적 처치는 했지만, 위중한 상태인 A씨를 수술할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었다.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뇌출혈은 크게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눈다. 이번 사건은 비외상성으로 발생했는데 뇌동맥류 파열이 주원인이다.

뇌동맥류가 있다고 반드시 두통 등 전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 파열 전에 뇌동맥류 진단을 못 할 수 있고, 두통이 발생하면 빠른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발견되면 빠른 시술 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번의 경우 곧바로 '클립핑'이라는 수술이 필요했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 수술은 개두술(두개를 절개하고 뇌를 드러내서 하는 수술)로 이뤄진다.

아산병원에 클립핑 수술을 할 수 있던 뇌혈관외과 교수는 2명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명은 해외 연수를, 다른 1명은 지방 출장을 간 상황이었다.

◇뇌혈관외과 의사 수 부족…근본적 중증질환 의료체계 보완·요구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 수 부족'을 주 원인으로 거론하지만 "뇌혈관 외과 의사는 고갈됐다, 안타까운 현실을 이해해 달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전날(3일) "의사 인력 부족으로 국내 최고의 상급종합병원조차 직원의 응급수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학회나 휴가 등 변수에도 대응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의대 정원을 수요에 맞게 대폭 확대하고 필수 의료를 책임지도록 양성과정을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부실한 응급의료 대응체계와 부족한 의사인력 등 우리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재확인했다. 복지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사단체나 현장의 뇌혈관외과 의사들은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한다. 의사 수도 부족하지만, 고난도의 위험한 뇌혈관외과 진료에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의사들과 병원측이 기피하는 구조가 뇌혈관외과 의사 부족 사태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교수)는 온라인에 실명 글을 올려 "국내 '빅5'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는 고작 2,3명이 전부이고 아산병원도 뇌혈관외과 교수는 2명밖에 없다"며 "그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했는데 뇌혈관내시술 교수가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어떻게든 간호사를 살리려고 서울대병원으로 보내 수술을 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외국에서는 클립핑 수술의 경우 고난도 수술이라 수가가 매우 높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365일 당직을 설 수도 없어 이번처럼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아산병원의 미흡함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신경외과 전문의들에게 사명감만 가지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했다.

방 교수는 복지부와 정치권이 '중증 의료'를 강조하지만 정작 신경외과는 필수 진료과에 포함되지 않은 현실을 한탄했다.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의료수가가 낮다는 것이다. 방 교수는 "젊은 의사를 키워야 하는데, 현실은 일의 강도나 스트레스에 비해 너무나도 개인적 희생이 크다.
중간에 교수 그만두고 개원하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일은 아산병원만의 문제는 아니고 앞으로 필수 중증질환에 즉각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여유 병상과 수술장, 인력 등을 확충할 수 있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방 교수를 비롯한 뇌혈관외과 학계에서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환자 수술, 이후 전원까지 즉각 가능하도록 별도의 응급의료 전달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