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유민주 기자 = "시장이 움직이질 않아요. 이전보다 호가가 2억~3억원 떨어진 매물도 나옵니다. 가격을 낮춘 급매만 거래되고요. 그렇게 낮아진 거래 가격이 실거래가로 찍히면 결국 그게 시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송파구 소재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전국 주택 매매거래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인기를 끌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도 거래절벽에 휩싸였다. 매수자 발길이 끊기며 현장에서는 "철옹성으로 통하는 강남권 집값도 조정장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일 <뉴스1>이 방문한 송파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는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었다. 잠실동 대장주 아파트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상가 소재 중개업소들은 공동으로 여름 휴무에 들어갔고, 인근에 문을 연 곳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송파구 신천동 소재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놓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는다"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매도자와, '이 가격 이상으론 살 수 없다'는 매수자의 기준 가격 간극이 상당해 가격을 낮춘 급매 몇 건을 제외하곤 거래가 얼어붙었단 것이다.
송파구 뿐만 아니라 강남구와 서초구 부동산 분위기도 싸늘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3구 아파트 매매 거래는 74건으로 지난해 7월(659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신고기한(30일)이 남은 점을 고려해도 거래량이 대폭 줄었다. 8월 신고된 거래는 서초구 1건에 불과하다.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금리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수요자들이 매수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송파구의 B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80%까지 융자를 준다고 발표한 뒤 기뻐하며 매물을 보러 온 손님이 있었다"며 "중가 정도 아파트로도 수억원 빚을 져야 했는데, 한 달에 나가는 이자가 부담되다 보니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며 포기했다"고 전했다.
서초구의 C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크게 올라서 수요가 많지도 않고, 이자가 세지다 보니 매매가 대비 수익률을 받쳐주지 못해 투자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이 동네가 아주 뜨거웠는데, 지금은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주춤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거래절벽이 강남3구 집값 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강남구 소재 D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똘똘한 한 채는 결국 불패라는 믿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거래절벽까지 이어지면 당분간은 강남도 조정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침체한 시장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주택 공급을 위해선 도심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며 "이 부분 규제 완화가 개발 호재로 읽히게 되면 대규모 공급 계획과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가 맞물려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매매가격 하방 경직성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