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해병대의 한 부대에서 후임병사가 선임에게 숨이 멎고 기절할 정도로 장시간에 걸쳐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 사건이 또 발생했다"며 "자칫 잘못했으면 인명사고로 비화할 수 있었음에도 부대가 안이하고 부적절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병대 2사단 예하 대대에서 6월 중순부터 선임병 1명이 전방 초소 근무 중 후임병 2명을 반복적으로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인 A상병은 6월19일 B일병과 초소근무에 투입되면서 이전 근무자인 C일병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명치를 다섯대 때렸다.
이후 자신은 무장을 풀어놓은 채 B일병에게 완전무장 상태로 간이용 변기를 매고 2시간30분 동안 차렷자세로 근무하게 했다. B일병이 다른 중대 선임의 기수를 외우지 못하자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불러내 20~30분간 뺨과 명치를 때리고 "너는 외우지 못하니 짐승이다"고 말하며 동물 소리를 내게 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자신이 낸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B일병에게 정답을 100번 복창하게 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1000번 외치게 했다. 이어 1시간30분 동안 차렷자세를 시킨 뒤 B일병이 움직이자 30~40분 명치를 때렸다.
결국 B일병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근무가 끝난 뒤 기절해 숨이 막혔다. 이를 발견한 중대장이 응급조치했고 B일병은 민간병원에 이송돼 새벽 1시쯤 의식을 되찾았다.
부대 간부에 의한 2차 가해도 파악됐다. B일병이 퇴원해 부대로 복귀한 6월28일 소속 대대 주임원사가 B일병에게 "일병 땐 누구나 힘들다" "너의 정신력 문제"라고 말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이후 B 일병은 청원휴가를 나왔으며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감 등의 이유로 정신과에 입원한 상태다. 피해자와 가해자간 분리는 A상병이 다른 부대로 전출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군인권센터는 "B일병은 자칫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심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며 "장시간에 걸친 반복적 구타로 사망에 이른 사례가 실제 있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측이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지 않은 점, 부대 간부들이 보인 반응 등을 종합하면 해병대가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인권센터는 △가해자 구속 수사 △2차 가해자 의법조치 △해병대 인권침해 사건 처리 과정 점검 △책임자 전원 엄중 문책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