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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치매 노모와 함께 절벽서 추락했다 혼자만 살아남은 40대의 최후

입력 2022.07.21 10:51  수정 2022.07.21 14:17
치매 노모와 함께 절벽서 추락했다 혼자만 살아남은 40대의 최후
지난 3월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에서 4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해안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독자 제공) 2022.3.23/뉴스1© News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치매 환자인 80대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기도했다가 혼자만 살아 남은 4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8)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에서 어머니인 80대 B씨를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하다 11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돌진해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결과 A씨는 사건 발생 하루 전날 차량을 타고 범행 현장을 한 차례 사전답사한 뒤 유서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서에는 채권자에게 시달릴 정도로 어려운 경제적 사정과 치매 환자인 어머니 B씨를 돌보던 아내와의 불화 등으로 어머니 B씨와 동반자살을 결심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는 게 지옥 같았다"고도 했다.

이후 A씨는 "형님네 집에 가자"며 사건 당일 오전 1시쯤 제주시에 있는 주거지에서 B씨와 함께 나왔고, 범행 현장 인근 주차장에서 잠시 머물다가 급가속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A씨는 B씨와 마찬가지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었으나 혼자만 살아남았다. 사고 직후 스스로 차량에서 탈출한 A씨는 인근 펜션에 구조를 요청한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때 A씨는 뇌출혈, 갈비뼈 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유서에 B씨에 대한 연민과 동반자살에 대한 내용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통상적인 존속살해 범행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여러 사정이 한꺼번에 악화되자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심하고 그 기회에 치매 증상이 악화된 피해자를 살해함으로써 피해자와 주변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매우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에 더해 타인의 생명을 함부로 박탈하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라며 "여기서 타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낳고 길러준 병약한 모친"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후회하며 반성하는 점, 앞으로 친모를 살해했다는 깊은 죄책감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아내와 친척 등 주변 여러 사람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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