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남해인 기자 =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28세 남성 A씨는 요즘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수입의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6년 전 사업 초기만 해도 장사가 잘돼 대출금을 갚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업 밑천으로 빌린 돈을 청산하고 자신감을 얻은 A씨는 추가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했다. 은행, 증권사, 지인 가리지 않고 투자금을 빌렸다.
그러다 코로나가 왔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A씨는 "적게는 연 3~4%, 최고 연 11%의 금리로 5억원 정도의 부채가 있다"며 "코로나로 매출이 30~40%씩 빠지면서 직원들까지 줄이면서 버텼는데 금리에 물가까지 오르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수없이 든다"고 말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가 크게 오르며 대출이 있는 청년 차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최근 연 2.25%까지 상승했다.
상승세는 이게 끝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우리 기준금리도 한동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연내 연 3%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 빚을 낸 2030 청년층에겐 암울한 전망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2030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지난해말 475조8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한다. 유례없는 취업난과 집값 상승이 겹치면서 증가 속도 또한 빠르다. 최영준 한은 연구위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980~1995년생들은 18년 전(2000년) 같은 나이대보다 4.3배나 많은 부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저금리, 주식·부동산 호황에 대출을 끌어 쓴 '영끌족'도 상당하다. 30대 맹모씨도 지난해 7월 주식 호황 속에서 큰 생각없이 5000만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맹씨는 "우연히 인터넷은행에서 대출 조회를 해보다가 별생각 없이 시드머니를 만들 겸 받게 됐다"며 "지금 금리가 연 6.786%까지 올랐는데 아파트를 사며 다른 대출까지 받아 놓은 상황이라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 조짐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3월말 5.0% 수준이었던 청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5.8%까지 증가했다. 한은은 2030대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다른 연령층과 비교될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회생 건수도 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층에는 생활비가 부족하고 취업이 어렵다 보니 또 다른 채무가 추가되는 사례가 많다"며 "청년층 채무조정 대책에 대해 도덕적해이 논란도 있는데 대출을 받아 위험하게 투자한 이들과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빚을 낸 이들은 구분해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