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빌려주고 다음날 1만8000원 갚아라".. 16세 여고생이 돈 번 방법

입력 2022.07.13 11:36수정 2022.07.13 14:54
경기도 공정특사경, 저소득 취약계층 울린 불법 대부업자 6명 적발
여성청소년 노린 소액대출, 2만9천% 살인적 금리 챙겨
"1만원 빌려주고 다음날 1만8000원 갚아라".. 16세 여고생이 돈 번 방법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13일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불법 사금융 집중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원=장충식 기자】 16살 여고생이 온라인을 통해 학습한 불법 고금리 대출 방법을 활용해 또래 247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무려 2만75%에 달하는 살인금리를 챙겨오다 경기도에 적발됐다.

이 여고생은 불법 대출을 위해 수년간 모아온 용돈 1500여만원을 종자돈으로 활용했으며, 친구들은 아이돌 굿즈나 게임 아이템, 술·담배 등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13일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불법 사금융 집중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신고·제보·탐문수사, 미스터리쇼핑 등을 통해 불법 고금리 대부 행위에 대해 집중 수사를 실시, 불법 대부업자 6명을 형사 입건했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21억원에 달하고, 피해자는 644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불법 대부업자들은 여성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소액을 빌려주며 최고 연 2만9200%에 달하는 이자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16살 고등학생인 A양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피해자 247명에게 1529만원을 대출해주고 2129만원을 변제받아 연 이자율 최고 2만75%에 상당하는 고금리 이자를 챙겼다.

A양은 트위터로 연락해온 사람 중 여성들만 골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대출해 주고, 이름, 나이, 전화번호,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받았다.

특사경 수사 과정에서 A양은 불법대출을 시작한 계기로,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불법 대출 방식을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종 수법인 '대리입금' 방식으로 바꿔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 입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만~30만원 정도의 소액을 단기간 빌려주는 것으로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또 A양에게 돈을 빌린 또래 친구들은 아이돌 굿즈나 게임 아이템, 술·담배 등을 구입하기 위해 불법 대출을 이용했다.

이와 더불어 피의자 B씨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부업 등록 없이 대부업을 해오며, 트위터에 대리 입금 광고글을 게시하고, 수고비(사례비), 지각비(연체이자) 등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청소년이었으며, A씨는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 338명에게 2억9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이자 포함 3억3000만원을 받아냈다.

이 가운데는 1만원을 빌려주고 다음 날 원금과 이자 포함 1만8000원을 받아낸 사례도 있는 등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만9200%에 달하는 살인 금리를 챙긴 셈이다.

이밖에도 미등록 대부업자인 피의자 C씨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평택시 일대에서 영세 건축업자,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월마다 변제하는 ‘월변’을 진행하며 법정이자율보다 높은 연 48%의 이자를 요구했다.

특히 C씨는 채무자에게 인근 법무사 사무실에서 소유권 이전 및 가등기설정계약서 등을 작성하게 하고, 이후 채무자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담보로 잡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강취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특사경은 전단지 살포가 빈번한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미스터리 쇼핑' 수사기법을 활용, 경기도 전역에 무차별 불법 광고 전단지를 살포하고 미등록 대부업을 한 2명을 현장에서 검거하고 광고전화번호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김영수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수사 결과 청소년 대리 입금, 광역 원정 대부, 법제도를 악용한 부동산 강취 등 갈수록 수법이 교활해지고 대담해지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불법사금융 확산이 우려되는 만큼 관련 수사를 강화해 피해 예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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