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지난 5월 말 제주시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미치광이(호저) 2마리가 벌써 한 달 가까이 제주도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최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서 산미치광이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한 목격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 "산미치광이 키우다 잃어버린 사람 있느냐"며 "퇴근 후 집에 오다가 다른 세상에 온 줄 알았다"고 전했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산미치광이 한 마리가 위협을 느낀 듯 온몸을 뒤덮은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제주도는 이 산미치광이를 지난 5월 말 제주시 조천읍의 한 사설동물원에서 탈출한 개체로 보고 현재 포획 작업에 나섰다.
목격담이 전해진 산미치광이는 한 마리지만 실제 동물원에서 사라진 개체는 총 두 마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동물원에서는 총 10마리의 산미치광이를 사육하고 있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신고는 오늘에야 접수됐지만 5월 말쯤 동물원 울타리가 훼손되며 호저 2마리가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고, 그 사이 동물원 측에서도 수색에 나섰다"며 "30㎞ 이상 떨어진 서귀포시에서 목격됐지만 크기가 작아 사람 눈에 발견되지 않으면 포획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미치광이는 외래종이라 관련법상 실종시 바로 행정으로 통보해야 하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과태료 처분 등은 향후 사실 관계 확인 등을 거쳐 결정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산미치광이를 발견하면 민원콜센터(120번)로 신고하면 된다.
대표적인 대형 설치류인 산미치광이는 주로 아시아·아프리카·유럽 열대에 분포한다.
야행성에다 소극적이지만 적이 나타나면 길고 단단한 최대 35㎝ 길이의 가시를 세운 채 돌진한다. 고슴도치 가시와 달리 산미치광이 가시는 외부에 박히면 몸에서 빠진다.
이 가시는 근육 속까지 파고들고, 쉽게 뺄 수도 없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독성은 없지만 가시에 있는 균에 감염되거나 상처가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설치류로도 불린다.
실제로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는 맹수나 개들이 산미치광이를 공격했다가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