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병으로 친구 머리를 '꽝'... 초등 1학년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22.06.21 14:34수정 2022.06.21 16:07
보온병으로 친구 머리를 '꽝'... 초등 1학년 교실에서 무슨 일이?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전북=뉴스1) 임충식 기자 = “학교를 믿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해야만했다.”

전북 전주 모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무모 A씨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학교폭력에 대한 적절한 조치만 이뤄졌더라면 내 자녀가 또다시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됐었다”며 “왜 내 자녀가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 너무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와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전주 모 초등학교에 입학한 B군은 지난 3월4일 같은 반 친구인 C군으로부터 가슴을 맞았다. 3일 후에도 가슴을 맞고 목 조르기를 당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B군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담임교사로부터 재발방지를 약속받는 선에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C군의 폭력행위가 계속됐다. C군은 수시로 B군의 얼굴 등을 때리고 목을 졸랐다. 보온병으로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5월2일까지 C군으로부터 당한 폭행 건수는 13건, 뇌진탕 2주 등 발급받은 진단서만 4건에 달했다.

심각함을 깨달은 A씨는 학교 측에 분리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학교폭력위원회의 결과가 없으면 조치가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이에 A씨는 전북교육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했다. 맘카페에도 올렸다. C군의 폭력행위가 수면위로 드러나자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 수도 많아졌다.

학교 측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 측은 C군의 방과 후 수업을 배제하고 하교지도 등 조치를 취했다. 상담교사와 함께 학생을 모니터링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5월24일 전주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학폭위는 C군의 폭력행위를 인정하고 학교 측에서 분리조치를 실시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작 분리조치가 된 것은 6월14일이었다. 20일 넘게 한 교실에서 B군은 가해자인 C군과 한 반에 있었던 셈이다.

분리조치가 늦어지면서 B군은 또 다른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A씨는 “학폭위 결정에 대한 후속조치가 늦어지면서 자녀(B군)가 C군에게 밀려 머리를 벽에 부딪히는 피해를 당했다. ‘눈이 잘 안 보이고 머리가 어지럽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엄마로써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B군은 현재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해 3개월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2차 피해를 당해야만 했다”면서 “왜 그랬는지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죄송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해당 학교 측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분리조치가 바로 시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가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 또 신체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끝난 뒤 분리조치를 바로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담교사와 함께 가해 학생을 모니터링하고 하교 지도를 하는 등 나름대로 조치를 취했지만 부족하고 미흡했던 것 같다”면서 “피해학생이 치료를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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