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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싸우다 무서워 도망갔는데 '폭행치사'로 기소된 80대... 무슨 일?

입력 2022.06.18 08:01  수정 2022.06.18 11:13
기사내용 요약
요양원 환자끼리 다툼…10분 뒤 사망
부검서 생전 몰랐던 만성질환 발견돼
1심 "사망 예견 어려워" 치사는 무죄
2심도 판단 유지…징역 6월, 집유 2년

싸우다 무서워 도망갔는데 '폭행치사'로 기소된 80대... 무슨 일?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울고등법원. 2021.07.1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요양원에서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가 항소심에서도 폭행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받았다.

피해자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생전에 진단받은 적 없던 만성질환이 발견됐는데, 1·2심 모두 이를 고려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한 것이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원종찬·정총령·강경표)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84)씨의 항소심에서 지난 15일 1심과 마찬가지로 폭행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로, 2019년 10월 같은 병실에서 생활하던 환자 B(당시 64세)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의 텔레비전 시청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시비가 붙었는데, A씨가 먼저 B씨를 몇 차례 밀치자 B씨도 화가 나 A씨를 폭행하기 시작했고 이후 B씨의 폭행 정도가 심해지자 겁을 먹은 A씨가 병실을 떠나면서 실랑이가 끝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접촉이 없었고, B씨는 A씨가 병실을 떠난지 약 10분 후에 돌연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검 결과 B씨는 생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만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A씨에게 폭행치사가 아닌 폭행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평소 건강상태에 대한 인식으로 미뤄 보았을 때 A씨가 가한 물리력만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거동이 불편할 뿐 건강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B씨 배우자의 증언, "기존에 앓던 뇌질환 소견은 나타났으나 심장 관련 증상은 알 수 없었다"는 의사의 증언 등을 근거로 들며 "피해자 자신이나 의료진도 폭행으로 인한 사망을 예견하지 못한 만큼,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심장 이상을 일으켜 사망한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 예견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치매 증상이 있다'는 A씨의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과 수사기관 조사 내용을 보면 일상적 행동과 의사표현에 특별한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A씨에게 폭행 혐의 유죄로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원심에서 폭행치사 혐의를 무죄로 본 것이 위법하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형량이 무겁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부검감정서에 '피해자가 반드시 이 사건 폭행 등 자극으로 사망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폭행으로 피해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것이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im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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