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당한 직장인 50% 이상이 들은 뜻밖의 말

입력 2022.06.05 13:09수정 2022.06.05 13:30
직장 내 괴롭힘 당한 직장인 50% 이상이 들은 뜻밖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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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회의를 하는데 사장님이 물어본 걸 대답하지 못했더니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또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너는 정말 안 될 놈이네', '너 이 XX 나랑 장난해?'라는 말까지 들어 모멸감과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습니다."(직장인 A씨)

상사의 모욕·명예훼손으로 직장인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공공상생연대기금과 지난 3월24일부터 31일까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2000명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23.5%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유형별로는 모욕·명예훼손이 15.7%로 가장 높았다. 이 뒤를 Δ부당지시(11.4%) Δ따돌림·차별(8.9%) Δ업무외강요(7.5%) 등이 따랐다.

한 직장인은 "회사 국장님의 폭언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며 "'이럴 거면 공사판 가서 노가다나 해', '병X같은 새X', '그런 XXX 들고 뭐 할래?' 등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데, 참아보려했지만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일부 피해자들 중에는 심하게 모욕을 당한 후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고, 정신과에서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진단을 받거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직장 상사의 세 치 혀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직장갑질119에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944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은 513건으로 54.3%에 달했다. 이 중 모욕·명예훼손은 179건으로 34.9%를 차지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히 모욕을 하면 모욕죄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다"며 "직장 상사로부터 여러 직원이 보는 가운데 폭언이나 모욕을 당했다면 녹음, 증인 등 증거를 모아 경찰에 고소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욕이 없어도 모욕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이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라는 말을 들은 직원의 상사에 대해 "상사의 행위는 통상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의 범위를 넘어 굴욕감, 모욕감을 줬다"며 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사례도 있다.

강민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모욕을 주고 인격을 비하하는 등의 언어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갑질 행위"라며 "인격적인 모욕을 주는 언어폭력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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