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중국에서 초기 기린의 화석이 발굴되며 기린이 먹이를 쉽게 얻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짝짓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목이 길게 진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전날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 보고서는 약 1700만 년 전에 살았던 '디스코케릭스(Discokeryx)'가 헬멧 같은 단단한 두개골과 부피가 크고 긴 목뼈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진 멍은 "이 화석은 기린의 진화가 단순히 목을 길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멍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중국 북서부의 중가르 분지에서 두개골과 목뼈 화석을 발견했다. 이 지역은 코기리, 코뿔소, 곰 등 대형 포유류가 서식하던 광활한 사바나와 숲이었다.
멍 박사는 "우리가 발견한 두개골과 목뼈로 구성된 생물체는 이빨과 내이 구조로 보아 현대의 기린을 연상시킨다"며 "디스코케릭스는 기린의 조상그룹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디스코케릭스의 두개골과 목뼈를 스캔해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그후 현대 산양의 두개골과 비교했고, 디스코케릭스의 두개골이 더 많은 충격을 흡수하고 뇌를 더 잘 완충시킨다고 판단했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원인에 대한 지금까지의 가설은 먹이 때문이었다. 즉, 나무 위에 달린 열매나 나뭇잎을 먹기 위해 목이 점점 길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멍 박사 연구팀은 새로운 발견을 통해 기린이 먹이뿐만 아니라 짝짓기 싸움을 위해서 목이 길어지고 튼튼한 머리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디스코케릭스의 단단한 두개골과 튼튼한 경추는 암컷 짝을 찾기 위한 수컷들 사이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게 해준다"며 "머리를 부딪치는 것이 이들의 전투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머리를 맞대고 싸운다는 사실이 그다지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는 점, 디스코케릭스가 기린의 직계 조상이 아닌 기린과 곁가지에 속한다는 점 등 반박 요소도 많다.
기린 진화를 연구하는 뉴욕공과대학의 고생물학자 니코스 솔루니아스는 "발굽이 있는 현대의 거의 모든 포유류는 머리를 사용해 싸움을 한다"며 "특히 기린은 머리를 맞대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목을 옆으로 치면서 싸운다"고 지적했다.